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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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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치기


BY cosmos03 2002-08-21




'띵동띵동'
경쾌하게 세탁기에서 세탁완료의 벨 소리가 들린다.

탈수된 세탁물을 허리굽혀 꺼내놓고 보니
세탁기 맨 밑바닥에 실핀들이 보인다.
딸아이것이다.

그렇게나 주머니속을 점검하고 세탁물을 내 놓으라고
수도 없는 잔소리를 해 대었는데
아이는 또 까마귀 고기를 잡?b나보다.

세탁기에서 실핀들을 꺼내놓고 옥상으로 빨래를 널러간다.
탁탁~ 소리가 나도록 빨래들을 털자니 여기저기서 또다시 떨어져 나오는 실핀들...

딸아이는 사격을 한다는 특권으로 머리를 기르게 되있다.
유난히 잔머리가 많은 녀석이라 끈으로 뒷머리는 묶어도
앞과 옆쪽에 나있는 잔머리들은 실핀으로 처리한다.


내 어릴적의 놀이라는것은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었던거 같다.
'비석치기' '사방치기' '빵울 (지금의 야구같은거 )'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공기놀이에도 많은공기와 벙어리공기등 여러가지가 있었음 )'
'땅따먹기 '말뚝박기 (좆박기라고도 했음 )'
'우리집에 왜 왔니?' '무궁화꽃이 피었읍니다' 기타등등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놀이들이 무수히 많던 그시절.

그중에 하나 '삔치기' 라는 놀이가 있엇다.
땅바닥에 둥근원을 그려놓고
실핀을 ?뿌리게 던져 놓는다.
그리고는 엎드린자세 혹은 엉거주춤 엉뎅이를 하늘높이 치켜 올리고는
엄지와 검지로 그 실핀들을 튕겨서는 둥근 원안에 넣는 그런 놀이엿다.
실핀들이 많고 가까이 있을때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갯수가 줄면서 거리도 손가락으로 튕겨 넣기에는 조금씩 멀어져만 갔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둥근원안으로 넣어야만 내것이 되기에
갈수록 자세도 여러가지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눕고...
땅바닥이라는 사실도 잊은채 아이들은 제집 안방인양
그 흙구덩이에 스스럼없이 이리저리 몸을 땅에 뉘이는 것이다.

배?樗별孤?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는것도
그 모든것을 잊은채 오로지 실핀 한개에 온 정성을 다해
하나씩 하나씩 내것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둥근원안에 넣은것은 모두가 내몫.
나는 그것들을 훈장처럼 옷핀에 굴비처럼 꿰어 가슴에 달고 다녔었다.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에 그것들을 매달고 다닐라치면
왜 그리 부러운게 없이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갔는지...

커다란 옷핀에 굴비꿰듯 그리 꿰어진 실핀들은
노랗거나 은빛의 옷핀위에 까만색의 실핀들이 내가 움직일때마다
함께따라 찰랑거려 주었고.
나는 그때마다 실핀을 잃은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야했다

때론 녹이슬어 붉으스레 해진 실핀들도 있었고
때론 또 녹이슬다못해 거의 부서지기 시작한 그런 실핀들도 있었다.

땅꺼미가 질무렵.
하나씩 둘씩 모두의 엄마나 언니, 오빠의 손에 붙들리우거나
목소리에 떠밀리듯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나면
나도 내 집으로 그 훈장들을 가슴에 달고 보무도 당당히
울타리 없는 집에 들어온다.

자랑스레 하루종일 노동의 댓가로 딴 실핀들을 엄마앞에 내 놓으면
엄마는 그중에 제일로 깨끗한 실핀을 꺼내어 한옆으로 치워 놓으신다.

그 이튿날은 그 깨끗한 한개의 실핀은 어느새 귀이개가 되어서는
귀지많은 내 귀 청소를 실실 잠이오게끔 간질간질 깨끗히 청소를 해 준다.
엄마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살포시 잠이들기도 했었다.

어느날은 옷핀을 내어 놓으라 하셔서는 고무줄 빠진 빤쓰끈을 넣어도 주셧고
공연한 심통으로 옷핀을 내 놓지 않으면 먼저번에 귀이개로 잘 쓰고
한옆에 놓아둔 실핀으로 빤쓰고무줄을 넣기도 하셧었다.

실핀은 새끼들이고 옷핀은 그중에 제일로 대장인
아주 커다란 훈장이 되어 때론 실핀 열개와 옷핀 한개를 바꾸기도 했었다.

그렇게 실핀들은 많고많은 내 놀잇감중에 하나였었고
꽤재재한 내 옷가지들의 앞가슴에서 나와함께 무공훈장이라도 되는듯
매일을 함께 했었다.

지금 아이들이야 그런 놀이들을 알리도 없겠지만
아마도...
그런 놀이들을 하라고 할라치면 더럽다고 설래설래 도리질을 치겠지.

한개의 실핀을 얻기위해 얼마나 조심히 원안에 하나씩을 넣었었는데...
어쩌다 조준을 잘못해 튕그러져 나가면 그 안타까움.
그 실망...

쓱쓱~ 땀이 찬 손을 바지, 혹은 치마자락에 문지르며
원안의 실핀들을 한껏 노려보다
피~융 하고 날리던 그 맛이란...

정말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잡던 어린시절 놀이중의 하나인
'삔치기'
아련히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