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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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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바부팅이>


BY 김삿갓 2002-08-18

오늘이 며칠이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는 것만 알았지.
오늘이 몇일 무슨 요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핸드폰이나 달력을 보고서야 그제야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버린 걸 알아버린다.
내 삶의 주체가 나 일진데 어찌 시간 가는것에 있어서
난 이다지도 무기력하기만 한 걸까?

며칠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집 앞에 있는 건물의 태권도장에서 소리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들과 차 경적소리들뿐이다.
집안식구들과 잠시 마주치는 것외에는 보는 사람의 얼굴이 없다.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이 작은 기계 하나만으로
세상 사람들을 본다.
배가 고프면 물을 마신다. 밥알도 넘어가지 않는다.
허리가 아프면 바로 옆에 있는 쿠션으로 허리를 받치고
그래도 허리가 아프면 바로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눈을 이 기계를 바라본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이 기계를
통해서 만족 하나 보다.
가끔 메신저로 내가 아는 이들이 들어왔다고 소리가 난다.
그럴때는 이때다하는 생각으로 먼저 메세지를 보낸다.
'뭐해요?' 그러면 내게 묻는다. '넌 뭐하냐?'
나? 아무생각없이 기계 앞에 앉아서 사람이 그리워서
그 사람들과 얘기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서 이렇게 앉아있다.

하루종일 내가 누구인지 또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과
대화를 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기도하고
눈치껏 대답을 하기도 하고, 왜 그런건지 모르겠다.
세상사는것 어느 정도 숙이고 들어가고 하는 것도 있지.
독불장군이 아닌 이상 내가 있으면 남도 있는 것이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게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 하는 그대로 두고 아무말도 없었으면 좋겠다.
동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지겹다. 짜증이 난다.
남자친구가 사준 옷이라며 자랑을 한다. 이쁘다고 했다.
갑자기 시비를 건다. 내가 말하는 것이 고깝다는 듯이 말한다고.
짜증 난다. 왜 그러지.
그렇지 않아도 머리 속이 엉망인데...
머리 안에서 뭔가가 마구 돌아간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인양 계속해서 뭔가가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 생각이라는 것은 주제도 없고 아무의미도 없는
그런 생각들의 실타래일 뿐.

피곤하다. 한달 가까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입맛도 없다. 밥도 안 먹는다. 짐승처럼 배고프면 그제서야
라면한끼로 하루 혹은 이틀을 때운다.
눈은 항상 빨갛게 충혈 되어있다. 눈동자 움직이기가 힘들다.
눈이 빡빡하다. 잠이 자고 싶다. 정말 푹 쉬고 싶다.
가슴속에 마음속에 그리고 머리 속에 들어있는 쓸데없는
잡념들괏 상념들을 다 끄집어 내 버리고 싶다.
기껏해야 대여섯 시간 잠을 잔다.
그것도 숙면을 취하지도 못한체 눈만 감았다가 뜨는 느낌이다.
정말 잠이 자고 싶다.

잠에서 깨자 마자 내가 하는 일은...
이 기계에 전기라는 불을 당겨주는 일이다.
신기하다 조그마한 버튼 하나로 이 기계에 불을 당기고
그걸로 이 기계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다니...
세상 참 좋아졌군...

언제쯤까지일까? 의미없는 이 거지같은 생각의 방황들.
머리 안에 그득한 이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
아니면 다 내뱉고 싶다. 흰 종이를 찾는다.
내가 찾은 흰 종이는 이곳이다.
아무생각도 주제도 없이 그저 생각나는데로 주엄주엄
글을 끄적거리는 곳. 이곳...

술을 한잔 했다. 겨우 샴페인이지만,
빈속에 먹은 한잔에 취기가 오르나보다.
오늘은 잠좀 잘수 있나보다.
며칠동안 잠을 잘때 술과 수면제에 의지했다.
그것들이 아니면 잠을 잘수가 없을 정도였다.
바부같으니라고...
스스로를 망치려 들다니...-내 속의 내가 말한다.
내가 유일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대상이다.
내 속의 나와 얘길 한다. 혼자 중얼거린다.
사람들은 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쳐다본다.
난 그저 내게 충실한 것 뿐인데.

내게 충실한것//////
그게 뭘까?

어서 이 상황들이 방황들이 끝났으면 좋겠다.
쉬고 싶다. 이젠 정말...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