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최고기온을경신하던 날씨들이 한동안 내리던 비와더불어 한풀 꺽이는것 같다. 여름날씨란게 다 그렇듯이 지금처럼 선들할땐 여름이 벌써 다가고 금방 가을이 올것만 같은데 아직 9월초까지는 늦더위란놈이 기승을 부릴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해이니까 그때가 벌써 12년전의 여름의 일이 되어버렸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아 일찌감치먼저 사회인이 되어있었던 친구에게서 몇명이서 일을 벌여보자며 전화연락이 왔다. 제주도로의 2박3일... 여행사 패키지상품이 싸게나와 아직 학생인 우리들에게도 부담이 없을거라고 했다. 꿈에도 그리던 비행기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앞뒤잴것도 없이 "그러마" 고 대답을 해버렸다. 아직어린 여학생들의 여러날 여행에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실리 없다고 생각한 나는 제주도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 지금생각하면 간이 배밖으로 십리는 튀어나올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서울에 잠깐 다니러 간다는 아이가 밤새 연락이 없자 온집안은 발칵뒤집혔고 친구들 한명한명에 모두 연락을해도 알수없는 딸의 행방에 엄마는 급기야 누워버리기까지 하셨다. 그도 그럴것이 그 당시엔 인신매매단이 활기를 치던때였고 우리집은 딸만넷인 집이었다. 사건이 이지경인데도 무심한 딸래미는 다음날 제주동에 도착해서야 연락을 해드렸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라고 다음부터는 다신 이런일 없을거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고나서야 반허락이 떨어졌다. 허락을 안해주신데도 이미 제주도인걸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할아버지래도 어쩔수 없으셨을것이다. "돌아오면 알아서 하라"는 말씀이 내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모두를 잠못들게했던 제주도의 첫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미지식물원'이 어떤곳이었는지 '용두암'은 또 어떻게 생겼었는지 그런것은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우린 바다건너 제주도라는 낯선땅에 와있었고 우릴 알아볼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더욱 신기해하고 신날 따름이었다. 하루종일 비가 주적주적 내렸던 제주도의 첫밤 스산하게 불었던 바람도 우린 의심의 여지없이 '제주도'니까 당연히 불 바람이 부는것이라 생각했었지 우리를 잠못들게 했던 그 바람들이 '태풍'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제주도는 사람이 살지못할도시라고. 여행온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새벽녁 바람이 잠잠해질때까지 우린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며 후회를 했다.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이되어 뉴스를 보기전까지는..... 다음날 벌개진 눈을 가지고 우린 여행사 버스에 다시 올랐다. 여전히 우린 가이드의 말에 움직이는 인형들이었다.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것보다 검은 바위가 늘어선 바닷가에서 굴새끼들을 작은돌로 살살치며 물놀이 하는것이 더 좋았다. 지난밤에 해보지 못한 맥주파티도 하자며 우린 마냥 즐거우했었다. 초보들답게 술은 아주조금 안주는 아주많이 준비해놓고 우린 제주도의 마지막밤을 즐겼다. 한친구는 맥주몇잔으로 화장실을 또 몇번 들락거린후 잠이들었고 다른친구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버리고 나와 다른친구는 그동안 못다나눈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렇게 더디게 시간이 갔고 한참후에 인터폰이 울렸다. 밖으로 슬그머니 나가버린 친구에게서... 호텔로비에서 술을 깨고 있는데 일행이 있으면 같이 놀자는 어느 남학생이 있었단다. 예의상 몇번거절을 했지만 그 친구는 싫지는 않았단다 문제는 우리였다.. 한참을 고민했다 어찌해야하나?? 낯선곳에서 생판모르는 남학생들과 어떻게 같이 어울리나 그것이문제였다. 우린 싫다는 뜻을 미안한마음과 함께 전했고 너무 거리를 두는 우리에게 이번엔 친구가 화를 냈다. '머 어떠냐고 너무 팅기는것도 이상한것 아니냐고' 어쩌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를 우리의 행동이 조금 머쓱하고 무안하긴 했지만 이미 그 남학생들은 호텔로비를 빠져나간 후였다. 그렇게 마지막날밤은 삐진친구를 달래느라 노래방을 다녀온후에야 마감할수 있었다. 버스를타고 함덕해수욕장으로 달리는 해변가는 여느 시골길을 보는듯했다. 한없이 들어가도 여전히 같은 깊이인 함덕해수욕장에서 우린 시꺼먼 선글라스 한개씩을 사서 꼈다. 촌스럽게 탄 얼굴위로 덮여진 선글라스는 차라리 쓰지 않는편이 더 나았을걸 하고 후회한건 여행이 끝나고 뽑아본 사진을 본후였다. 열대나무들이 즐비했던 제주공항 길가를 누비던 말들과 빨간옷의 마부들 (?) 김포공항에서 단체티라며 똑같이 사입었던 눈부시게 희던 면티.. 아무리 여러번을 삶아도 그때의 새하얀 색을 찾지못하는 면티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때가 그대로 묻은듯하다 그런 티를 나는 벌써 12년의 세월동안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는냥 버리지 못하고 고이 장롱속에 보관하고있다. 우리들 유년시절의 잊지못할 제주도로의 첫여행.. 어떤신혼여행이 그보다 더 기억에 남을까. 이젠 우리를 유혹해올 까까머리를 한 풋풋한 모습의 남학생들도 없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