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를 어디로 다녀와야 할까?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한 곳은 자연휴양림
그런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예약을 하려구 발버둥쳐도
도저히 예약 되었다는 무심한 안내만 나오고 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남편과 맛있는거 해서 먹고
집에서 편히 쉬어야지 했는데 아래 윗집 여기를 가네 저기를 가네
분위기를 띄워 놓는데 이리는 집에 못있겠다.
또다시 컴을 켜고 하루종일을 앉아있었나.. 결국 딱 한곳이
비어있었다.
그것도 딱 하루 그리 먼곳을 일박 뿐이...
그래도 운좋게 얻은 이 행운을 놓지고 싶지 않아서 먼곳이지만
나는 남편과 우리 극성쟁이들을 데리고 아주 신나게 출발을 했다.
아이스박스가 미어지도록 꾹꾹 눌러서 아주 알차게 넣었다.
집에서 그곳 경상북도 봉화 청옥산 휴양림까지는 8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시간이 6시었는데..그다음 날 12시에 퇴실을 해야하다니
정말 억울함마저 들기까지..
그래도 이렇게 맑은 자연속에서 그 좋은 향기를 맡으니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 아이들 그 계곡속에서 물장구치면서 너무나 신나게 놀고
울 남편은 내 손을 꼭잡고 마치 연애하듯이 그윽한 미소를 보내고
정말 부러울거 하나 없는 너무나 화목한 가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날 저녁 꼭 꼭 챙겨 놓은 아이스를 박스를 열어서
소고기를 꺼내어 로스구이를 안주삼아서 소주 한잔을 걸쳤다.
남편 한잔 나 한잔..
그런데 그날 따라 술이 이상하게 안받는것이다.
결국 남편이 내 대신 좀 과음을 했다.
한 10시경 남편은 먼저 잠을 청했고 우리 딸과 난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잠을 청했다.
근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듯한 느낌..
그날 그 방문은 유난히 크게 닫을때 소리가 나는 방이었다.
난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고 문을 닫은지 알았다.
근데 내 머리위로 뭔가가 스윽 하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나도 잠이 든지라 이게 꿈이지 생시인지 그때까지도 확신이
들지 않아서 그냥 막연히 뭐가 지나가는구나 생각했는데..
그 깜깜한 어둠속에서 아무래도 그남자가 이상한것이다.
눈을 몇번 훔쳐내고 위로 눈을 올려서 자세히 보니 그남자
샤워장에서 샤워를 끝내고 밑에 푸르스름한 팬티같은 바지한장
달랑입고 머리까지 아주 수건으로 닦으면서 넘 자연스럽게
내옆으로 누울작정으로 오고있는것이 아닌가...
그 순간 턱빠진 사람처럼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은채 말문이
콱 막혀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서 있는 힘을 다해 외친 나의 한마디
아~~저~~씨~~~
방 잘~~못 찾았어요~~~
그한마디 외쳤는데
그 남정네 들은척도 안하고 그냥 돌진하는것이다.
아니 이게 아닌데..
난 내옆의 흑기사를 깨웠다.
오~~~빠~~~~일~~어~~나~~봐~~
누~~가~~들~~어~~왔~~어
나의 흑기사는 잠이 들면 죽어도 못일어나는데..
그날따라 나의 흑기사
그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더니 완전 백미터 질주하듯이
그 남정네한테로 막 달려갔다.
그런데 나의 흑기사가 그리 급하게 달려갔는데
그 남정네는 당항스러운 표정 하나도 없이 나무도 당당하게
나가는게 아닌가..
내 참 기가막혀 어떻게 그리 당당할수가 있어?
남의 단잠 깨워 놓고 미안하단 한마디도 없이 뭐 그럴수도 있지
하는 표정으로 너무도 당당하게 나가는게 아닌가....
그 남정네 나간후로도 난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 잠을 잘수가
없었는데 나의 흑기사는 그 전력질주로 피곤했는지
그냥 다시 푹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남정네나 나의 흑기사나..싱겁긴 마차가지...
그래도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 싱겁게 끝날줄 알았는데
이 남정네 사건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 바다를 만들고 있다
하마터면 그 하루를 다녀오자고 그 멀리까지 끌고간 그 원망을
고스란히 뒤집어 쓸뻔했는데..
이 하루가 우리는 어느 휴가때보다도 더 잊지 못할 줄거리가 되었다
만약 내가 잠에 들어서 내 옆에 누군가가 잠이 든것도 몰랐다면?
호호호.
지금은 이리 웃음이 나지만 난 그때 숨이 꼴깍꼴깍
아마 그 남정네 그리 남의 집에 침입하고도 아무일 없었다는듯
그냥 그자리로 가서 잠이 들었을거 아닌가..
어찌 되었던 난 그날 이후로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를 생각하면서 문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또 다시 깊은 밤
들이닥칠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하고자 잠그고 또 잠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