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외국인아파트 자리에 '남산 야생화 공원'이 3000평 넓이에
조성되었단 기사를 오려서 붙여 두고 가봐야지, 했던게 벌써
한달이 넘었다.
아이가 방학을 했으니 한번 다녀와야지, 방학숙제겸 해서
그곳에 야생화에 대해 알아보고 사진도 찍어 오면 좋겠다 맘먹은게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아이친구 엄마랑 날짜를 잡았다.
금요일아침, 간단하게 먹을걸 챙겨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렸다.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사람들이 휴가를 많이 떠났는지
늘 복잡하기만 하던 서울역도 조금 한산했다.
우리도 여유롭게 각각 작은 아이들 손을 잡고 큰아이 둘은
재잘거리며 앞서가면서 야생화 볼 꿈에 부풀어서 마음도 가볍기만
했다.
4번 출구로 나서서 83번 버스를 타면 금방이랬으니
우린 버스 정류장에서 83번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잠깐새,손님을 태우려던 택시가 버스전용차선으로
들어오려는 찰라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퀵서비스아저씨와
그대로 부딪혀 튕겨져 나오는게 아닌가!
얼른 발을 떼서 움직여 정류장간판앞에 서있는 아들녀석을
얼른 붙잡아야 할것 같았는데 잠깐 그 생각이 스치는 사이
택시랑 부딪혀 튕겨져 나오던 오토바이가 우리 아이 바로앞에서
도로 난간에 다시한번 부딪히는가 싶더니 그 반작용으로
저 앞으로 쓸려가고 있었다.
어쩌나.. 어쩌면 좋아, 하는사이 오토바이 파편에 다리를
다친모양인 아들녀석이 울면서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면서도
얼굴까지 하얗게 질린 아이를 끌어 안고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
내게 같이온 엄마(그집 아이들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가 더 어쩔줄 몰라하며 거의 울쌍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은가, 딸아이까지 파편에 맞았는지
다리뒷쪽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119구조대가 출동을 하고 경찰이 왔다.
얼떨결에 생전처음으로 구조대차를 타면서도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일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그러고 보니 정류장에 서있다 다친 50대아주머니는 아예
일어서질 못한다. 물론 오토바이를 몰던 퀵서비스 아저씨도
많이 다친 모양이었다.
근처 병원 응급실에 아이를 뉘어 놓고 보니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큰애는 종아리 뒷쪽을 조금 다쳤고
둘째는 겁에 질리긴 했지만 걷는걸 보니 그렇게 심하게 다친건
아닌것 같았다.
x-ray를 찍었고, 담당의사를 소견을 듣는것 까지
3시간이 족히 넘었다.
그시간 동안 병원관계자들은 느긋하게 자신의 업무에만
열중하고 아픈사람들이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짜증부터
내는 꼴불견을 보여 주고 있어서 안그래도 고약해진 심사에
부채질이라도 하는듯 했다.
잠시후에 경찰서에 다녀온듯한 그 문제의 택시 운전수 아저씨가
병원에 왔는데 다행히 착한사람인듯 싶었다.
다친 우리 아이를 안고 '아저씨가 미안하다, 잘못했다'며
거듭 내게도 사과를 해왔다.
아이엠에프때 부도가 나는 바람에 있는 집까지 팔고도
빚만 남았다며 한번만 봐달라는데 (난 우리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그 아저씨에게 뭔가를 얻어 내려고 한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가 오히려 안되 보이는 거였다.
야생화 공원이고 뭐고 집에가 쉬고 싶은 마음에
병원을 나서자 마자 시간 맞춰 달려와준 남편의 차에 오르려는데
이젠 정말 괜찮은지 아이들이 자꾸 야생화 보러 가자는 거였다.
그때 그냥 갔어야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괜찮아 보여서 (작은아이는 업고 라도 다닐요량으로)
남산 야생화 공원으로 갔다.
넓은 잔듸밭에 앉아서 싸온 김밥을 배가 고팠던 아이들이 달게
먹고 벌써 시들은 꽃들이 많았지만 수목이 우거진 산책길을 따라
새로 피어난 꽃들 사이로 나비가 날아오고 잠자리가 부지런히
나무사이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공원을 기분좋게 산책했다.
그런데,
오늘 하루 왜 이런다지 싶은 일은 집에 오면서
생기고 말았다.
아이들 때문에 많이 긴장했었는지,
퇴근시간 많은 차량속으로 천천히 가다가 그만
앞에 있는 택시에 가볍게(정말 가볍게) 부딪히는 사고를
낸것이다.
정말 가볍게라고 했던건 우리가 가는 차선엔 차들이 꽉 차
있어서 거북이가 기어가듯 천천히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차안에 타고 있는 네아이 모두 그 부딪힘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럴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택시 운전사 아저씨는
손을 뒷목에 갖다대며 목이 뻐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간 긁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표시도
나지 않을 뒷범퍼쪽을 도색할라치면 전부다 해야 하니
어떻게 하겠냐고 하는데... 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정말이지 우리도 그런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했는데, 이럴때 우리가 했던 대로
보은을 받으면 안되는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만 현실은
훨씬 냉정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그 택시 운전사 아저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허리가 조금 이상하니(어젠 목이 뻐근하다고 했는데?)
병원에 치료를 받아야 겠다는 것이다.
하룻새 너무 많은 일을 당하고 난 뒤
지금 난 아뭇 생각이 없다.
아직 붓기가 덜 빠진 아이다리를 만져보다
작은녀석이 다리가 아픈지 한쪽 다리에 힘을 못주는걸
보며 마음 한쪽이 아려오다가
택시운전사 아저씨랑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오는 동안은
마음이 한없이 착찹해진다.
우리 못지 않게 교통이 복잡한 프랑스 사람들은 차가
서로 긁히고 부딪히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스쳐 간다는데.. 그런 부질없는 생각도 하면서
오늘도 마음이 온전해 지지 않는 채로 비오는 밖을 바라본다.
이것도 세상 공부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