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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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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일지(197) :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남편


BY 평화 2002-08-10

결혼 결심하고 시작한 데이트는 네 달 갔고 그 기간동안 우리가 주로 갔던 곳은 남산과 한강이었다.

남산의 타워에 올라가 밥을 먹으며 빙빙 돌아가는 서울 야경을 보는 재미는 자주 봐도 재미있었다.
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무 냄새를 맡으며 손잡고 걷는 것도 좋았다.

한강은 워낙 더위를 잘 타는 남편이 아주 좋아하는 장소여서 둔치에 앉아 밤하늘과 흘러가는 강물 위에 비치는 불빛들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하긴 둘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장소가 어디이든 좋았으니 사실 장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결혼 후 처음 맞은 여름 내내 우리 부부는 시간 나면 한강에 가서 살았다.
알고 보니 혼자 사는 몇 년간 남편이 여름에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이 한강이었다.
윈드서핑 하느라고...

한강장면 1

남편은 복장과 장비를 준비한다.
그사이 나는 차에서 돗자리와 커다란 우산과 성경을 꺼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한강장면 2

남편은 활짝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고 멀어진다.
그사이 나는 시편을 비롯하여 읽어도 읽어도 좋은 성경 말씀을 읽는다.

한강장면 3

남편은 아주 만족한 얼굴로 돌아와 준비해 놓은 커피를 마신다.
그사이 나는 읽고 있는 말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그 다음해부터는 계속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일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거의 매일 자정 가까이 야근을 하는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바람만 불면 흔들린다.

"아, 강으로 가고 싶다. 저 정도면 아주 잘 달릴 수 있는데..."

In the light of Christ's brilliance, the world's wisdom is but a shadow.
(그리스도의 밝은 빛 앞에서 세상의 지혜는 하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