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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친언니 카페에서 매일 2만 원씩 점심값 결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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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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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83


BY 녹차향기 2001-05-27

아무래도 낼 아침엔 왼쪽 눈에 안대가 걸려있을 것 같네요.
오전에 샤워를 하는데, 갑작스럽게 눈알이 아픈 느낌이 있더니
계속 따끔따끔하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뿌옇게 앞이 흐려지는 게 영 찜찜하더니 저녁나절에서야
눈꼽이 끼이기 시작했고, 안약을 넣어 씻어내니 부연 물질이 나왔어요.
전염성 눈병인지....

저녁엔 짬뽕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 땜에 평소 자주 시켜 먹는
그 집에 전활 걸었지요.
하지만 이미 마감되어 배달할 수 없다는 차가운 대답만을 들고 아이들은 실망하고 있었는데,
요며칠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배달아저씨가 얼른 생각났어요.
하두 맛있는 탕수육냄새가 나길래,
"아저씨는 어디서 오세요?"
하고 물었더니,
"우리집에서 안 드시는구나, 양자강이랍니다. 혹시 지금 드시는 곳에서 배달이 안 될 경우 한번 시켜볼래요?"
하시며 배달통에서 요지통을 하나 건네주었었거든요.

참 수더분하면서도 친절한 말씨,
"아저씨가 사장님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예요.."
하고 쑥쓰럽다는 듯이 대답하시더군요.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스스럼없이 아줌마들에게 홍보하는 일은 그 집 사장님들만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집은 틀림없이 앞으로 발전할거야...하고 생각했었거든요.

얼른 그 아저씨가 건네주었던 요지통을 꺼내들고 전활 걸었어요.
"아저씨, 지금 배달되요?"
"예.. 거기 어디죠?"
"예, 현대아파트.."
"며칠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 요지통 건네준 아줌마 아니예요?"
전 순간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몇마디 말을 안 했는데, 목소리를 기억하다니요?
"어떻게 목소리를 그렇게 금방 알아들어요?"
"금방 알아듣겠는걸요.. 뭐 시키시려고요?"
"짬뽕 보통 하나, 곱배기 하나만 보내주세요."

아이들은 못 먹을 줄 알았던 짬뽕을 먹게 되었다고 신이 났고,
저 또한 즐거운 마음이 되었거든요.
그 아저씨 프로정신으로 일하시는 거 맞죠?
주인집일이라구 대충 배달만 무뚝뚝하게 하는 거 아니고,
마치 자신의 일인양 세일즈도 하고, 고객의 기억해 주는 거 프로정신
아니면 하기 힘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불과 몇분후, 아저씨가 웃는 얼굴로 철가방을 가지고 등장하셨어요.

배고프던 참에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아이들과 함께 나눠먹는 짬뽕과 그 찐하고 얼큰한 국물이 속을 풀어주었답니다.
아줌마에도 아마츄어와 프로가 있다면?
우리는 프로일까요? 아마츄어일까요?
무늬만 아줌마 아니고, 바른 의식을 가지고,
집안일을 잘 다스리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프로아줌마.

알뜰살뜰 같은 물건도 가격 비교해서 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곳으로 달려갈 수 있는 돌파력,
똑같이 만원 한 장을 사용해도 푸짐하게 상을 차릴 수 있는 응용력,
곰같이 무뚝뚝한 남푠을 요리조리 잘 구워 뜨거운 남자로 변환 시킬 수 있는 마력,
잘못된 것을 침착하게 조리있게 따지고 들어 바로 잡고야 마는
끈질긴 집중력,
내 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내 가정, 내 직장, 내 사회, 내 국가를 위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정력.

모두 다 그렇게 프로였으면 좋겠어요.
철저하게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여 고객을 응대하는 상점들이 많고,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는 더 발전하게 되는거라고 생각해요.
정치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바르게 세상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자꾸 관심을 갖고 그들의 하는 일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
그것이 직접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아줌마가 하는 일, 우습게 보는 혹자들 큰코 다칩니다.
집안이 바로 잘 서 있고, 자녀들 바르게 길을 가도록 불철주야
노력하고 기도하는 아줌마들이 이 땅을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이 돌아가는거라구요.
프로정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내 자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되면 말이죠, 그 힘은 더욱 커지는거겠지요?

이렇게 쓰고나니 갑자기 큰 글러브를 손에 낀 권투선수가 생각나네요.
링 위로 올라가 누군가를 한방 쳐서 쓰려뜨려야 하나?
ㅋㅋㅋㅋ
우리 모두 프로정신 잊지말기로 해요.
진정한 아줌마가 되자구요.

낼은 아.컴 소풍이 있는 날,
대전으로 맘은 향해있고, 몸은 경기도 어디쯤 가있을 것 같네요.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특히, 억새풀님 힘내시고 좋은 에너지 충전해 오세요.
박라일락님은 안진호님과 즐거운 만남 되시고요.
여러분들도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한주간의 피로를 몽땅 씻어내는 밤 되시길 바라며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