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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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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년이 때린 배신의 쓴 맛


BY 로미 2000-11-16

며칠을 앓고 난 경석이 후임으로다가,

밤에 열이 펄펄 나고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나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 자리에 누워 버렸다.

때마침 밤 아홉 시가 넘었는데 밥을 안 먹었다며 남편이 전화를

해왔다.

-먹구 와...도저히 일어 날 수가 없어..

-알았어.

그랬는데 남편은 그냥 왔다.

내가 못 일어 나는 거 같으니까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거 같았

다.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나는 입술도

달싹 할 기운이 없어서 두 눈 감고 그냥 소리로만 듣고 있었다.

-약은 먹었니?

-우...웅..

-에궁, 애들 아파 마누라 아파,,우째 살라고,,

궁시렁 거리며 부엌으로 향하는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했다.

밤 늦게 일하느라 밥도 못 먹을 텐데....그런데?

헐레벌떡 딸이 내게 뛰어와서 내 눈을 뒤집어 까며 한다는 말!

-아빠가 혼자 라면 끓여 먹어!

-그으래...

-엄마, 빨리 가서 밥 줘!

스팀이 머리로 확 확 올라오기 시작했다.

-엄마 아프자나?

-아빠 여태 일하구 왔는데 밥도 못 먹고,,라면 먹고,,

-니가 끓여 줘라!

네 살짜리와 입 씨름 할 기운이 없어서 그냥 있었다. 마음속으로

조금 서운했지만, 아빠를 사랑하니깐 그렇것지..참았다.

라면을 먹고 난 남편이 왠일인지 설겆이를 했다.(원래 죽어도 설

겆이는 안하는 성격이다.)

흠,,마누라가 아프니까 철 나나?

그런데 남편 옆에 붙어 서 있을 게 뻔한 세라의 음성이 들린다.

-아빠 왜 설겆이 해?

-아빠가 먹었으니까, 엄마가 아프자나.

-어이구 우리 아빠 밤 늦게 일하고 왔는데,,,,내가 할까?


코에서 더운 김이 무럭 무럭 나오고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아프다고 할 때는, 밥은 주고 자라고 했던 거시...


딸이라는 이유로 더 이뻐 했던 것이, 저렇게 배신을 땡겨?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몽롱하게 아팠

으니까.. 자다 깨보니 아빠 배 위에 다리를 얹어 놓고 세상 모르

고 자고 있다.

저래서 저 사람들 같은 성씬가?

나는 되도 않는 슬픔이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편은 출근하고 없었다. 밤새 앓는 소리를

내며 끙끙대던 내가 일어나지 못할 거 같으니까 자명종도 죽여

놓고 출근한 거 같았다.

그런데 세라가 또 나를 빤히 보며 그런다.

-아빠 밥도 못 먹고 갔어..

-가서 사 드실꺼야...

-배고플텐데..우리 아빠 배 고플 텐데..

한대 팍 쥐어 박고 싶다.


-엄마두 저녁도 아침도 못 먹었어...

-해 먹으면 되자나 엄마는?


음,,이것은 교육의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철저한 분업(?)을 위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서로

의 일에 대해서 존중(?)하는 편이었는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줄이야..


기운을 차린 나는 밥상을 차려서 먹으며 딸과 아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다.

-남자나 여자나 밥하고 일하고 다 같은거야.

-여자두 돈 벌어?

-당연하지. 너도 비행기 조종사 되고 싶댔잖아? 엄마도 할 수 있

어! 그럼 너랑 오빠랑 유치원 종일반 가야 돼, 종일반 가기 싫다

며? 그래서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거야! 그런데 엄마가 아프면

너도 일하고 오빠도 해야 되는 거야! 아빠두!


교육의 효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그것도 즉시.

-오빠, 물 한잔 만 가져와! 남자두 해야 돼!

결국 한 대 쥐어 박았다.

-너나 잘 해! 니껀 니가 갖다 먹어! 그리고 가서 니 장난감 어지

른 거 정리나 해!


한 대 맞았다고 즉시 아빠~~하면서 우는 딸.

문득 엄마가 생각난다.

어?퓽?적에 나도 항상 무슨 일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놀라며

엄마얏! 하는 걸

나는 항상 아빠야! 했다.

초등학교 사학년 까지 이 버릇을 못 고쳐 사람들은 물론 나를 이

상하게 생각했고, 엄마는 섭섭해 했었다.

내가 왜 이상한 건지 몰랐지만 엄마가 섭섭해 하니까 연습에 연

습을 거듭해 나는 드뎌 놀라면 엄마야! 하게 되었다.

놀랄 때 대개 하는 엄마! 도,,아빠!!이러는 내가 엄마는 미웠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세라는 내가 했던 그대로 놀라거나 슬플 때

아빠~~를 찾는다.

이것도 유전인가?

그런 유전도 있나?

아무튼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을지 이제 알 거 같다.

엄마,,,미안해요.


요샌 어떻게 된 세상이 죄는 항상 당대에 받아 버린다.

그것도 스피드 시대여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