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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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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남자는...


BY 수국 2002-08-07


그야말로 전쟁통 피난길 같았다.
여기저기로 바깥으로 나갈길을 찾아 헤메는 사람틈에 휘쓸려 그녀도
따라서 움직였는데. 도대체 지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녀로선 알수 없었다.

무심코 앞서가는 남자의 등뒤에 바짝 붙어 따라 갔는데, 웬지 낯설지 않은
남자의 느낌에 상대방이 눈치를 채건 말건 아랑곳 없이 그 남자의 뒤만 졸졸
따라 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앞서고 따라가고 그러는 사이 두 남녀의 사이에선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싹텃다.

그래서인가 누가 먼저랄것 없이 나란히 걷겠됐는데,
말한마디 없이 그냥 걸어가도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향좋은 세수비누를 싼 포장지에 묻어난 향처럼 , 그남자의 모습에서
신선한 향기가 나는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왜일까? 첨 보는 남자에게서 나는 향기
왜 이리 싫지 않은지?
그렇게 그 남자와 나란히 한참을 걸어가다 맞은편에서 오는 한무더기의
사람들에 밀려서 그만 그 남자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한순간 손안에 쥐고 있던 귀한 보석을 모래밭에 흘린 상실감에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반짝거렸다.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사람에게서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좋았던 감정을
느껴보기는 오랜만의 일이다.

이런 감정이 내 젊은날의 생에 또 있을까?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람들의 흐름에 몸을 맡겨 걷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렸을까?

이 끝없는 지하도시에서 바깥세상으로의 출구를 찾는다는건 아직도
희망이 없어보이고 여전히 개미떼처럼 몰려다니는 사람들

그사람 틈에서 그남자를 발견했다.
그 남자도 그녀를 봤는지 달려왔는데
두 사람은 오랜 해후처럼 마주 보고 웃고 서있었다.

그리곤 그 남자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 결혼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여자의 눈빛은 짧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아무렇치도
않은척 " 참 젊으신것 같은데 결혼을 그렇게 빨리 하셨어요"

"네 스무한살에 했습니다."
그녀는 그남자가 너무 일찍 결혼을 했단 사실에 화가 났다.
그렇치만 겉으론 아무렇치도 않은척 "일찍 하셨군요"

한마디를 내 뱉곤 총총걸음으로 앞서 걸어갔다.
오랜만에 좋은 느낌의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남자는 그렇게 앞서가는 그녀에게 괜시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남자에게도 그녀는 참 좋은 느낌의 여자였는데,
오랜만에 말하지 않아도 , 그냥 옆에 같이 있어만 줘도 행복이 전해지는
그련 사람,

깜깜한 어둠속에서 간신히 손에 잡힌 작은 초 하나에
당겨진 촛불처럼, 그렇게 환하고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여자
갑자기 놓쳐버렸다가 다시 찾은 진주알 같은 그런 느낌의 여자

남자는 얼른 여자의 옆에 성큼 다가서선 환하게 웃는다.
그런 남자의 모습이 노란 해바라기 같단 생각을 하면서
그녀도 눈에 웃음기를 담았다.

.................

꿈을 꾼 아침나절 나는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그대로 누워있었다.
달콤한 꿈에 나도 모르게 침을 흘렸는지 입가에 침이 묻어있고
옆에선 현실의 뚝뚝한 남편이 쿨쿨대며 자고 있고 시계는 아침 7시
얼른 일어나서 밥을 앉힌 시간이다.

꿈은 현실처럼 선명해서 현실이 낯설어 보이는 아침나절
입가에 침을 닦으며 일어나선 부시시한 머리를 물을 묻혀 가라앉히곤
쌀을 씻는다.

꿈속의 그남자와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찐한 키스라도 한번 못하고 그냥 깨버린 꿈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선에서 깨어난 꿈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오늘도 비가 아주 많이 내린다.
물배가 찬 꽃들 나무들은 고개를 숙이고 구멍난 하늘이 언제나
메워질지...

맑은날엔 비가 그립고
비오는날엔 맑게 개인날이 그리워지고
꿈이 메마른 나는 오늘밤도 꿈을 꾸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