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떠있는 신새벽-_-;;
엎어져 자고있던 프리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어요.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다알~또로옥 ♪
(여기서 잠쉬 한말씀 이깨씸뮈다)
내 핸폰벨은 애국가임다.
혹자는 지난 월드컵의 반짝열기땀시 생겨난 축구빠순이가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개~쉐~~아차차! 도 있는데
월드컵열리기 훠~얼씬 이전부터 경건한 마음으로 세상과 통하고자
벨이 울리면 가심팍에 손얹고 경례한 후 뚜껑을 열어 제낌미다잇!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전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한 식구처럼 지내왔던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에 유난스럽게 깔끔을 떨고, 공주병증세도
말기인데다, 나만보면 결점을 지적해대며 짜증나게 구는 탓에
머리굵어지고 나서부턴 그닥 왕래도 없던 그녀였지요.
그런 그녀가, 한창 꿈속에서 양동근이랑 박진영이랑 만나 사인받고
포옹하며 행복에 겨워있는 찰나에 전화했으니 뭐이그리 짜달시리
반가웠겠습니까.
그치만 그녀 특유의 독특한 억양과 낭랑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한편 웃음이 입가에 살짝 걸쳐지면서 속없이 반갑더라구요.
그녀는 내가 어릴때부터 끼가 참 다분했더랬어요.
초딩때 그녀의 집에 놀러가면 안방에 고이 모셔진 전축을 열고
당시 유행하던 유행가며 영화음악따위를 날위해 틀어주기도 했고
신나면 같이 춤도 췄더랬죠.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몸매도 늘씬했던 그녀는 참 멋쟁이였어요.
내가 화장할 나이가 되었을때, 기껏해야 로션이 전부인 나에비해
그녀는 언제나 곱게 화장하고 발그스레한 볼을 만들며 웃었고
패션감각도 탁월해서 길을 걸어가면 안돌아보는 남자가 없었죠.
음식솜씨는 얼마나 좋았는데요.
그녀의 김치찌개는 정말정말정말 환상이어서, 가끔 입맛없을때나
멀리계신 친정엄마가 생각나면 그녀에게 전화걸어
" 나 그거 먹고시퍼잉~~ " 라며 투정부리기도 해요.
안부를 묻고 답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간 후에, 드디어 이제야
비로소 마침내 본론이 나오더만요.
허허허 ^^
츠암내......
날이 더워그러나.....
한동안 연락도 없더니 불쑥 전화해 뭐라했는줄 아세요?
기막혀서....
시상에나......
아 글쎄, 성! 형! 수! 술! 을 해야겠다는거에요.
것도 코를 높이고 싶다네요.
아예 턱을 깎지?
아니 이 나이에 얼굴에 칼대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남편있고
자식있는 사람이 성형수술이라니요?
...........사실은 부러웠어요 ㅠ.ㅠ
나도 코에 관해서라면 한컴플렉스하기 때문에 정말 부러웠어요.
살찐거 따위야 뭐 운동하고 굶고 관리해주면 빠질수도 있잖아요.
그치만 코낮은거는 뭔 질알을 떨어도 여전히 낮은거라구요...
커흐흑 ㅠ.ㅠ
속으로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겉으론 용기를 북돋아줬죠.
" 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자기가 하고싶으믄 하는거지
아이고.....됐네요. 요즘 코높이다 죽었단 사람 없어요
내돈가꾸 내가 이뻐지겠다는데 누가 뭐래? 아, 걍 해버려~~
근데....왜 난테 전화한건데? 돈빌려줘? "
" 켁! 뭐시라? 나도 같이 하자구? 안대안대안대!!
나 무서워잉 ㅠ.ㅠ "
그녀의 말은 이랬습니다.
옛날부터 코낮은게 참 불만이었답니다.
최근에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고있는데 날이 더우니 땀이나서
가뜩이나 낮은 코에 짜증나는데, 안경이 자꾸 흘러내린다네요.
며칠전, 후덥지근한 날씨에 책을 보다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쓸어
올리면서 짜증이 화악~ 밀려오며 용기가 하늘을 꿰뚫더랍니다
애당초 하고싶었지만 사실 지금처럼 성형수술이 보편화된 것도
아니어서 남의 이목도 신경쓰였고 더군다나 돈도 아깝더랍니다.
더 겁나는건 예전의 무식한 실리콘 코의 부작용들....
지금역시도 이목과 돈과 부작용이 겁나지 않는건 아니지만
푸릇한 처녀시절의 꿈을 지금이라도 이루고 싶었답니다.
그 성격 어디가겠어요?
당장에 뛰쳐나가 온 동네 성형외과를 다 돌아다녀 게중 괜찮은
병원을 물색해놨고 견적(?)도 뽑아놨으며, 수술날짜도 잡았는데
솔직히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겠더래요.
그래서 생각난게 저라네요.
두 여자 나란히 누워 시퍼런천 덮어쓰고 멋지게 콧대세우잡니다.
비용도 자기가 다 대겠대요.
아싸라비야~~~ 우히히히히히히 (^0^)/
버뜨!
전 특이체질이라 칼대면 대는 족족이 부어오르는 거 뭐시냐.....
뭐 하튼 이상한 체질이거든요.
그래서 주어진 사명대로 살아야하는 박복한 팔자랍니다 ㅠ.ㅠ
혼자하라 그랬죠.
정 혼자 못가겠으면 내 필히 동참하여 옆에서 손이나 꼬옥 쥐어
주겠노라고..
그 이쁜 얼굴과 몸매, 썩이지말고 코높여 새 삶을 살으라고..
수술날 열일 다 제치고 대전올라가겠다고 콧소리내며 약속했습니다.
.................
그녀는 우리 외할머니십니다.
올해 83세에요.
침침한 눈에 돋보기걸치고 성경책을 읽다가 성형수술을 결심했답니다.
제작년에 탈장이 되어 항문수술을 할때에도 제가 올라갔었죠.
그나이에 자칫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수술을 해야하는데도
아무리 손녀딸이지만 창피한 모습 보이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간호를 거부하던 꼬장의 일인자세요.
아직도 그 연세에 새벽같이 일어나 외할아버지 깨기전 단장하고
고운 매무새로 앉아 기도하시는 분이죠.
그런 당신이니 허구헌날 힙합바지 질질끌고 머리꼬라지 산발해서
당신기준에 미친년같이 돌아다니는 제가 얼마나 한심할까요.
일년에 몇번 찾아가지도 않는 불효막심한 손녀딸래미.....
그래도 엄마없이 지내는게 짠해서 대전에서 대구까지 연락도 없이
내려와 번개같이 김치한동이 내려놓고 쌩~하니 올라가시는...
나에겐 친정엄마보다 더 가까운 외할머니.
예쁜 울할머니 더 이뻐지시는 그날.
저 꼭 갈겁니다.
수술실 들어가기전에 뽀뽀해드리고
붕대풀르면 거울갖다드리며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높고 예쁜 코라고
정말정말정말 이쁘다고 칭찬해드릴겁니다.
전화끊고나서 한참을 웃으면서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