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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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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오페라를 보고


BY 샤인 2000-08-27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하루 종일을 오락가락하던 비가
저녁 외출길을 그래도 운치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3시간40분간이란 공연이 끝나고 나설 때까지 퍼붓고 있었다.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 공연단 내한공연

그게 어제 친구랑 둘이서 본 공연이었다.
난 지금부터 쓸 글을 아침에 들어와 정말 정성을 다해서 썼었다.

난 머리가 나쁜가보다.
건망증도 이젠 도를 지나쳐 내 머리를 찧게 만든다.
인터넷에 들어가 글을 쓸 땐 그것도 길게 쓰고 나면
거의 항상 다운이 되고 말았던 기억을 왜 그리 잊고서
다시금 그런 불찰을 저지르고 마는 것인지...
다운이 된 오늘 그 순간의 허탈함은 어느날 보다 더 심했다.
마구 달려나가 이불위에 엎드리며 속상해했다.
나의 이 멍청함에...
그래서 지금은 워드패드에 쓰고 있다.
그런데 처음의 그 감정으로 글이 써질지 모르겠다.
지금도 속상함이 밀려오지만 그런다고 되돌아 갈 것도 아니고
내 평소의 성격대로 금새 털어버리고 시작을 해야지...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오페라공연은 대작인만큼 두번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시간을 맞추느라 여유있게 나서서 예매한 표를 줄서서 받고
여유롭게 우리의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8만원이란 거금의 좌석임에도 우리 자리는 2층의 거의 뒷부분
우리말이 아닌 오페라는 자막을 보지 못하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전같지 않은 시력에 시선을 집중하고 힘들게 봐야했다.
거기다 뒤늦게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봐야할 자막 화면이
자꾸만 가리게 되어 어찌나 짜증스러운지...

아무리 1층이 아니고 2층이라해도 뒤늦게 입장을 시키는
세종문화회관측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비가 와서 길이 예상보다 막히고 사정상 좀 늦게 오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래도 1막이 끝날때까지 그냥 바깥에서 모니터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
비싼돈 주고 온 공연인데 그렇게 하는건 억울할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늦었기에 그런건 감수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건만
하여간 그들때문에 집중도 할 수 없고
짜증스런 기분이 생겨서 힘들었다.

그렇게 초반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그래도 대작인만큼
무대가 웅장하고 화려해서 볼 만했다.
러시아 미녀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하던데
오페라 하는 사람들은 뚱뚱하고 좀 못 생겼다.
그래도 무용단이 나와서 춤공연이 곁들여질 땐
환상적이었다. 몸매도 확실하고 예뻐서 탄성이 나왔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
러시아에서 푸쉬킨을 빼면 오페라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 하는데
이 스페이드 여왕도 푸쉬킨의 원작을 토대로 삼아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대본을 썼다 한다.
원작과는 좀 다르게 결말을 낸 차이코프스키는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주인공인 게르만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작곡했고 게르만이 자살하는 장면을 작곡할 때는
감정이 복받쳐올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스페이드 여왕' 줄거리를 여기에 옮겨보고자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게르만(독일식 이름은 헤르만)은 독일계인데다 재산도 없고
귀족도 아닌 탓에 군에서 승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아웃사이터로 살아가는 인물,
왕년에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백작부인의 손녀이자 상속녀인
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는 예레츠키 공작과 약혼한 사이인 줄
알면서도 리자에게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백작부인은 젊은 시절에 전설적인 카드의 비밀을 알게되어
도박판에서 큰 재산을 모았고 '스페이드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는데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게르만은 도박으로
돈을 따 리자와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백작부인의 처소에
침입해 권총으로 부인을 위협한다. 그러나 노부인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리자는 게르만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카드의 비밀을 알기위해 접근했다고 믿고 실망한다.

리자는 먼곳으로 떠나 함께 살자고 게르만을 설득하지만
죽은 백작부인의 환영이 자신에게 카드의 비밀(3-7-에이스)을
가르쳐 주었다고 믿는 게르만은 열에 들떠 리자를 밀쳐버리고
도박판으로 달려간다. 그러자 절망한 리자는 강물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3과7이 들어맞아 큰돈을 따게되자
게르만은 예레츠키 공작을 상대로 전 재산을 걸고 궁극의 행운을
거머쥐려 하지만 마지막 카드는 에이스가 아니라 죽음을 상징하는
'스페이드 퀸'이었다
그러자 절망에 빠진 게르만은 그 자리에서 권총 자살한다.

.....................


동생 모데스트는 리자와 게르만의 화해로 극을 끝마치려 했으나
차이코프스키는 리자같은 순수한 여성이 사랑과 도박에 양다리를
걸치고 열정을 분산시킨 게르만 같은 인물에게 돌아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이 오페라를 비극으로 마무리 했다고 한다.

이 오페라는 전체 3막 7장으로 이루어진다.
1막이 끝날 때마다 무대를 바꾸느라 긴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친구랑 둘이서 보온병에 끓여간 원두커피를 마시며
세종문화회관의 2층에서 내다보는 비오는 거리도 무척이나 운치있게 보였다.

이번 오페라단은 주연급 성악가 한두명이 출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페라단과 함께 오케스트라, 합창단, 앙상블, 그리고 무대, 음향.
조명 전문 기술진 등 모두 300여명이 와서 충격적인 대규모의 무대를
선보인 것이라 한다.

그런데 나는 미리 무척이나 극찬하는 말들을 접하고 기대하고 가서 그런지
그만큼 충격적이거나 감동이 밀려와 주체 못할 그런 공연은 아니었다.

다 끝나고 나오니 11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빗속을 뚫고 달려 도착하니 이미 어제밤도 12시가 넘고 말았다.

오늘까지 3일간의 일정인 스페이드 여왕 공연을 마치고
내일인가 모렌가는 각종 유명 오페라를 갈라로 보여주는
갈라콘서트가 공연된다 한다.
그것은 가장 비싼 좌석이 6만원이라 하니 그것도 볼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