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한 콧대가 센 제가 그에게 한 눈에 반한 이유는
순전히 그의 목소리때문이었습니다.
유명한 성우못지 않게 드라마틱하고 하늘이 내려준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성악가의 음성처럼 근사했기때문입니다.
그가 입을 열때마다 나는 그의 입술과 목을 주시하며 어디서 그런
울림이 나오는 것일까 늘 궁금하고 신기했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사랑이라는 우물을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다지 외모적으로는 빼어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어쩜 전 그보다는 그의 목소리를 더 사랑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전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프로포즈를 그의 멋진 목소리로
듣고 끝마무리는 그의 사랑과 진실이 담긴 청혼가를 듣는 꿈이었죠.
전 그 날만을 꿈꾸며 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용감하게 그에게 고백했습니다.
"날 사랑하나요?"
저도 그의 목소리에 걸맞는 예쁜 음성으로 닭살스럽게 그에게
부드러운 바람처럼 속삭였습니다.
그는 더욱 진지해지며 굵직한 음성으로 멋지게 내게 말했습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예찬한 시인이 될 수 있다면 더 아름답게
당신에게 사랑의 시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래요. 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떨리는 심장의 전율이 그 증거에요."
그는 내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가슴에 대고 대답을 했습니다.
전 그 순간 인생에서 가장 황홀하고 흥분된 상태가 되어
당장이라도 교회로 그의 손을 이끌고 잠들어 있는 목사님을
흔들어 깨워서라도 안 일어난다면 갖은 협박을 해서라도
결혼서약을 받아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 참았습니다.
그렇게 소망하던 꿈을 끝까지 이루고 싶은 욕심에서였습니다.
그의 멋진 목소리로 청혼가를 듣기 전에는 그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전 다시 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더욱 닭살스럽게 속삭였습니다.
"당신의 청혼가를 듣고 싶어요. 부탁이에요."
그 순간에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안약이라도 있었다면 몽땅 눈에 쏟아붓고 반짝거리는 바다의
눈으로 이 얘기를 했다면 더 로맨틱했을텐데........
그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스로우모션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조금 전의 그 낭만 가득한 표정은 온데 간데 없고
극도로 괴로워하고 난감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누구도 갑자기 노래를 시키면 당황한다는 것이 생각이 나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습니다.
"꼭.......청혼가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도 좋아요.
해주실거죠?"
하지만 그의 얼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그러더니 눈가에 유리알같은 것이 보이더니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전 너무나도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제 말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렇게 감동적이었나 싶었죠.
다시 한 번 그의 순수함에 전 매력을 느꼈답니다.
그래서 좀 더 기다렸지요.
하지만 그는 계속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있는 겁니다.
그래도 전 기다렸습니다.
꿋꿋하게!
그러자 그가 드디어 눈물을 삼키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전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그 순간을 기억속에 남겨두고 싶어서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숨도 멈춘 채 그의 노래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제 꿈이 이루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의 노래를 몇 소절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들었을 땐 전 링거를 맞으며 병원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꿈꾸워 왔던 제 소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걸
알았기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그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
그의.........청......혼.........가를 받아들여
그의 신부가 되겠노라하고요.
궁금하시죠?
그가 저에게 청혼가라고 들려준 노래가 과연 무엇일까하고요.
그는 절대로 이 사실을 극비에 붙여두라고 했지만
전 그가 없는 자리에서는 꼭 이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가 저에게 불러준 노래는
그 노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다름아닌 애국가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노래가 아니였습니다.
같은 음에서 계속되는 랩이나고나 할까요.
그렇게 멋지고 근사한 목소리로 듣는 랩형태의 애국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모순이지만
제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을 꺾고 정성을 다해 불러주는 사람을
여러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나를 사랑하는
사랑스런 음치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