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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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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 한돈


BY 라니안 2001-05-17

오래전, 대학입학 기념으로 친정엄마는 내게 금반지를 선물해주셨다.

그 금반지는 대학다니는 내내 내약지 손가락에 끼워진채 있는듯 없는듯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했었다.

졸업후 직장다니는 동안 그반지는 무슨 증표인양 거드름을 피우며 내가 꺼려하는 사람들이 내게 호의를 베풀때마다 나를 잘도 지켜주었었다.

몇년후 우리 신랑과 결혼을 하게되었을때 친정엄마는

" 얘 , 그반지좀 빼봐라 ! "

몇년간 내손가락에서 빼본적이 없던 금반지를 달라고하셨다.

금반지는 처음의 자르르하던 노란윤기는 어디가고 세월의 때가 묻어 색이바래 있었고

내 약지 손가락도 반지의 흔적으로 하얗게 선명한 자국이 새겨져있었다.

" 반지는 왜요? "

이유를 물으니 나중에 가르쳐주신다며 의미심장하게 웃으시는거였다.

얼마후 결혼예물이 오고갈때 친정엄마는

" 얘!! 니가 끼던 반지는 저속에 있어. "

" 어디 있어요 ? "

내 처녀적 분신인 반지는 녹여져서 신랑에게 줄 결혼예물반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고 하시었다.

그렇게 여자가 결혼전에 끼던반지를 신랑될사람의 결혼반지에 섞어서 반지를 만들면

신랑이 평생 바람을 안피고 성실하게 아내만을 사랑한다는 전설이 있다며 부적처럼 생각하라며 뿌듯해하시는거였다.

신랑이 바람을 안피는 부적이라니 내심 우스웠지만 부모님의 자식사랑의 일면을 보는것같아 가슴한편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결혼후부터 우리 신랑은 그 부적의 예물반지를 지금껏 늘 끼고다닌다.

내손가락의 예물반지는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장롱속으로 들어갔고,

가벼이 낄수있는 반지조차도 부엌일하는데 불편해서 몇달 못끼고는 화장대 서랍속으로 들어갔다가 외출이라도 해야 겨우 세상구경을 하곤했는데

신랑은 그 투박하고 무거운 예물반지를 지금껏 밤이고 낮이고 늘 끼고있어 어쩔땐 참 불편할텐데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며칠전 그 반지땜에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동생내외를 만나게 되었다.

우린 그날 삼척 환선굴에 다녀오던길이었고 동생내외는 친정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운전을 하다가 신랑이 한손을 무심코 차창밖으로 조금 내밀었는데 옆차선에서 달리고있던 제부가 그반지를 보게되었다한다.

어디서 많이보던 반지라 생각되어져서 차를 유심히 보니 우리차였다고 한다.

크랙션이 몇번 빵빵 거려지고 우린 생각지도 않게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동생내외를 만나게되어 굉장히 반가웠었다.

마침 저녁때도 다 되었어서 가까운 냉면집에 차를 세우고는 우연이 가져다준 행복과

제부의 예리한 관찰력과 반지의 고마움에 감사해하며 오랫만에 회포를 풀수있었다.

바람 안피게 예방해준다는 반지가 참으로 유쾌한 만남까지 가지게 해주어 새삼 반지가 고마웠다.

신랑의 반지속에 녹아있는 내 젊은날의 추억 한자락이 가끔씩 고개를 내밀때

난 신랑에게 내색않고 혼자 슬그머니 신랑손가락을 곁눈질하며 그 반지를 훔쳐보곤한다.

" 반지야 !! 평생 우리신랑 잘 부탁한대이~~ "

금반지  한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