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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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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버지의 제자


BY 초우 2001-05-16

오늘낮에 아버지의 초등학교 제자이고
나와는 동창이며 초등학교 선생님인
남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스승의 날이라 친구의 제자들이 달아준 꽃을 보며
내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리워서 내게 전화를 했노라고,
아버지의 기일이 언제냐고 물으며 꼭 한번 찾아오겠단다.

28년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는데

3년동안 아버지가 담임을 하셨다는 친구
친구는 아버지와 같은 선생님의 길을 가고있고

또 아버지처럼 아직도 평교사로 근무중이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와 비슷한 오십을 넘기고야
진심으로 선생님을 그리워하게 되었노라고...

햇병아리 선생님이 되었을땐 의욕만 앞섰지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으며

아버지가 병환중일때 좀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가슴아파한다며
고해성사하듯 내게 친구의 마음들을 털어놓았다.

나보다 더 내 아버지의 기억을 많이 가지고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는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떠올려본다.

한학교에서 20년을 근무하셨으니 아이나 어른이나
한가족처럼 알고지내는 시골학교

동창회에 가면 모두 아버지에대한 추억 한자락씩을
털어놓아 나를 울게하든 친구들
모든사람에게 참으로 존경받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풍날 아버지가 받아오시던 담배한갑
할머니가 주셨다며 풀어놓으시는 꾀죄죄한 손수건속의
누우런 밀가루 빵 한조각과 삶은밤 서너톨,

나또한 선생님의 기억들은 아름답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선생님을 갖게하고 싶어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앞에서 단 한번도 선생님의
흉을본 기억이 없다.

우리들의 초등시절 전교생 사오백명이던 그 학교가
분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안타깝기도 하다,


스승의날에 돌아가신지 오래된 아버지를 기억해준
친구가 고마워서 내년부터는 스승의날 내가 선생님인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할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