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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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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 어느날의 스케치


BY mujige.h 2000-08-25

허공 가득히 쏟아져 내리는 빛의 파편 들이 일렁이는 날.

거실 유리문 활짝 열어 파아란 하늘을 부르다.

가끔씩 부드럽게 바람이 일어 푸른 잎과 줄기를 흔들고

얼굴을 훑고 팔을 타고 오른다.


마당 여기 저기 나무 잎사귀 의지 하고, 온 종일을 지키는 작은

집지기들. 수없이 뱉어 내는 저들의 언어.

담을 가슴이 너무 작아서 일까.

그래도 예쁜 참새 가족 일가.


껄끄러운 목소리로 늘어진 오후를 외치는 또 하나의 파수꾼.

집까치. 이시간 쯤에는 언제나 제 소리를 알린다


우편물을 돌리는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온 동네를

돌고, 지금은 우리집 골목을 더듬고 있는 듯하다

머리위로 헬리콥터가 큰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고 있다


살아 가는 소리로 가득한 이곳 저곳.

싼 육쪽 마늘 사라고 외치는 소리. 싱싱한 꿀 수박 사라고

외치는 소리. 갖은 야채거리 이름을 외치는 조금은 차분한

아줌마 목소리. 각종 열쇠를 만들라고 외치는 소리.


중간 고사라도 치른 것일까,일찍 하교하고 돌아가는 여학생들의

높고 경쾌한 말 소리들이 엉키어, 뒷골목 가득하게 울려 퍼진다

하루 종일을 잠자는 것으로 소일하는 늙은 강아지의 코고는

소리도 나즉 하게 들린다


色을 본다는 것이 또한 얼마나 세상을 화려 하는가

저 허공을 지켜 피어난 빨간 장미 송이 송이가 눈이 부시다

빛에 반짝이는 작은 잎들을 가진 석류 나무.

우산 모양 처럼 늘어진 커다란 잎들을 흔들 거리며 곧곧이

서있는 벽오동. 몸 가득히 붉은 꽃을 피워 내던 연산홍,철쭉은

이제 휴식으로 들어 간듯 보이네.


한날 같은 때에 뿌려진 씨앗 인데, 유난히 웃자라서

키자랑 하는 채마. 머위 돗나물 부추 애기배추,근대 아욱.

먹거리 풍성한 자그만 텃밭.


이런 화려한 향연이 계절이 지나면 어디로 숨는 걸까.

봄이 되면 또 어디로 부터 오는 걸까


자연이 그러하듯이 사람도 각기 계절의 바퀴가 있어서

알수 없는 곳에서 오고

알지 못할 곳으로 가고 있다

탄생 영위 사멸


그러나 늘 지금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