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읍시다,라는 구호아래 방송에서 정하는 선정도서가
한달에 한번씩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
우리 작은딸은 빼먹지않고 굳세게 사서 들고는 들어온다
딸은 자기가 먼저 읽고 다음엔 언니 다음에 내차례가 끝나면 그책을 다시 군에 가있는 제동생에게 부친다
이번달에는 위기철의 '아홉살인생,이라는 소설이 선정되었다
그이야기는 그시대를 살아간 모든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고있었다
아홉살인생은 서울변두리 산꼭대기 동네에사는 아홉살난 사내아이의 유쾌한(?)삶이 흥미롭게 펼쳐지고있었다
난 큰딸이 읽고 건네주는 그책을 단숨에 읽어낸뒤
타임머신을 탄듯한 자세로 아득히 머-언 내어린시절로 돌아갔다
경기도 k시가 고향이신 아버지께서는
6.25당시 먼지방으로 피난을 가신 후
그곳에서 사시다가 고향으로 올라오신뒤 오촌아저씨와 동업으로 작은 농촌마을에서 동업으로 방앗간을 하셨는데
늘 티격태격 타투기만 하시다가
어느날 모두 처분하여 아버지께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셨다
홀로 한달을 서울에 기거하시면서 취직도 하셨고 집을 장만하시어 가족을 모두 데리고 서울로 입성하셨던것이다
서울이란데로 올라와 우리가족이 또아리를 틀고 앉았던 때가 내나이 열한살 쯤이 아니었나싶다
우리집이라고 들어선곳은 일자로 말집처럼 주욱 지어진 곳이였는데
난민 수용소처럼 칸막이만 된 채 10평남짓의 온돌도 없는 흙바닥이었다
아버지는 칸막이 세칸을 사셨는데 그와중에도 한칸은 윗돈을 얹어 다른이에게 팔기도하셨다
그당시 박대통령은 마포일대에 있는 판자촌을 철거해서 서울변두리땅에다 집을지어 철거민들에게 무상으로 주었는데
그들은 입주를하지않고 다른사람들에게 윗돈을 얹어 팔아치우기도해서 아버지께선 그철거민들에게 싼값으로 그 집을 사셧던것이다
그 주택단지 이름을 구호주택이라고불렀다
그동네엔 구호주택 외에 좀더 세련된 간이주택 좀더 세련된 공영주택이 있었는데
세종류의 주택은 세나라로 분류될만큼 그 삶의 세력의 차이가 가이 대단했다
이맘때 쯤 장마철이 되면 '마누라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는 격언(?)이 많은 사람들의입을 강타했다
우리 오빠는 늘상 그동네를 가리켜 <박정희작품> 이라고했다
그동네는 날마다 이사가는 사람들과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싸움도 끓이는날없이 계속됐다
이북5도민과 전국의 도민들이 다 모여들었지만 사실 서울 토박이는 몇몇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처음만난 아이에게 물어오는 말도 항상
"너희집도 철고(아이들은 철거를 철고라고했다) 당했니?"
로시작했다
나는 늘 그말이 무슨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사람들은 아마 그때 그동네를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나중에 아버지는 그 칸막이에다 온돌을 놓고 부엌을 만들고 제법 집다운 면모로 꾸며놓으셨지만 누가봐도 그곳은 집이아니고
그저 칸막이일 뿐이였다
그동네에사는사람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었다
잘해야 막노동이었고 거리의 노점행상이 고작이었다
다행이 우리아버지께선 선반기술이있어 공장월급으로 꾸려가시기에 아버지는 동네의 유지다운 대우를 받았다
그럭저럭 군에서 제대한 오빠가 곧 취직을 하고 아버지의 부지런한 생활자세로 우리는 곧장 구호주택에서 공영주택으로 승격되어 이사했다
이사가던날 사람들은 우리를 부러워했고 동네사람들이 총 동원되어
이삿짐을 옮겨주기도했다
그뒤 동네 언저리에있던 넓은 평지에는 공장이 건설되었다
한일회담으로 받은 막대한돈이 산업혁명에 투자되었던것이다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바로 그 동네라고본다
공단단지로 형성되어 그동네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이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생운동이라는 저항운동이 공장으로 스며들어 산업혁명의 과도기를 거쳐야했다
지금도 난 학생운동의 참 이유를 알지못한다
난 그들이 저쪽의 진짜배기 독재에게는 우호적이라는것에 의문을 제게한다
앞뒤가 맞지않는 그들의 지론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난 기필코 공산주의가 싫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그들에겐 종교의 자유가 없기때문이다
현재 그들의 교회라는것이 형식적인 선전용 교회라는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사실이다
왜 얘기가 엉뚱한데로 흘러갔을까?
그렇게 그동네는 군사정권과 더불어 생겨났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왕성했으며 인권운동과 더불어 아파해야했다
그뒤에는 IMF로 그 수명이 다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조선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으로 바뀌어있음을 알고 난 야릇한 비애를 느낀다
들리는 얘기로는 모두 아파트로변하고 그동네의 일부분은 아직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난 언젠가 꼭 한번 찾아가서 가난한향수에 젖어보고 싶지만 늘 뜻대로 되지않는다
아닐것이다
그동네와 지금의 내모습이 너무 닮아있어 애써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책에서 말한다 --상상은 자유이지만 자유는상상이 아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