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있는 생신이니
덥기전에 밥이라도 한끼 모여 먹자고
지난 오월의 말쯤인날을 정해 놓았었는데
하나뿐인 며느리인 나,
모처럼 하필이면 날도 같은날,
꼭 외출하고픈 일이 생겨 버렸다.
일주일을 뒤로 미뤄놓고 다녀 왔더니
이번엔 큰 시누이가 또 일이 생겼단다.
그렇게 또 그렇게,
자꾸 밀려나오던 아버님의 여든번째 생신이,
날씨는 자꾸 더워 오고 원래의 날짜는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 죽겠는데
다른때 보다 일찍 온다는 장마의 예보에 태풍까지
외며느리인 나의 애를 말린다.
시집와서 몇십번의 이날을 맞았지만
날 궂어서 고생한 날은 내 기억속에 없는데
몸이 불편해서 식당에서 손님을 치루기로 했더니
성의가 부족하다고 하느님이 노하시나?
어머님이 아들 하나라도 더 낳으셨으면
며느리끼리 서로 의지하고 상의하며 좀 좋아?
애맨 어머님까지 탓하며
삼년 가뭄에도 하루만 참아 달란다더니
잠자리 들어서도 나는 비오는 꿈을 꿨다.
그럼 그렇지!!
서늘한 바람이 가끔 불면서
군데 군데 옅은 구름이 깔린 하늘은
초가을의 날씨로
아버님의 여든번째 생신을 축복해 주고 있었다.
전통 한옥으로 옛모습을 재현한,
교외의 호젓한 식당에서
사촌까지의 가족이 길게 자리하고 앉아서
손뼉치며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에
부르는 우리도 한없이 기쁜 마음인데
초록의 잎새들까지 가볍게 나풀거리고 있다.
"퓨전형 한정식" 이라 이름 붙혀진 요리가
줄을 지어 내어져 나오고
입보다는 눈으로 먼저 먹느라
젖가락 가는 손이 조심스럽다.
어른들 맞은편에 그이와 마주 자리한 나,
여러 손님을 초대해 놓고 나도 손님이 되어 있으면서
이렇게 편안한 방법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아버렸다.
몸이 편하면서 마음까지 편한건 아니라서
멀리서 왔다가 점심 한끼 먹고 떠나는 친척들에게
미안안 마음을 섞어서 손을 흔들었다.
멀리온 사람들이 반쯤 떠난후
시누이 가족들과 집으로 들어
이방저방에 흩어 쉬다가
저녁 식사까지 식당밥을 먹여
모두다 떠나 보내고 자리에 누우니
뭔지모를 죄스러운 마음으로
개운치가 않다.
그래도 어쩌랴,
몸도 안따라주는데다
돈의 위력을 몸소 체험 했으니,
다른데 더 아끼더라도 그리 사는 수 밖에.
근데 왜 나는,
자꾸 맘이 불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