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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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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몰고 다니는 아이


BY 진 초록 2000-08-25

깊은 어둠도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하지 못하는지 밤새도록 비가 내립니다.낮에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하얀 목련이란 노래가 귓속에서 맴돌고 나는 십몇년전 세월의 급류를 탑니다.
대학입학해서 철없는 3월에 만난 사람이 꼭 일년이 지난 다음해에 전혀 읽지도 못할 악필로 한통의 엽서를 학교로 보내왔다.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로 쓴 그 엽서에 이끌려 그를 만났고 꼬박 그와의 만남이 이루어 졌지만 그와 나는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어렵고 조심스러운 사이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이주일에 한번쯤 집앞 음악 다방에서 차 마시며 조금 걷는게 전부 였다.야구를 좋아하고 콜라에 중독되어 하루에 큰병 콜라를 마셔야 하고 너무나 못생기고 키가 나와 엇 비슷하게 작고말도 당황하면 더듬고 지독한 악필이었다는것 이외에 더 알고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다 공개되는 엽서에 전혀 직설적이지 않는 소리로 나에게 자기 마음을 써 보낸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나의 단촐한 차림이 마음에 든다는 우스운 남자.그를 만날때 한참 유행했던 그 하얀 목련 이라는 노래.언제나 그를 만날때면 비가 와서 그는 나를 비를 몰고 다니는 아이라 불렀다. 지금 까지 나를 그렇게 표현 해준 사람은 그이 뿐이다.그때 나는 그의 모든 표현이 사랑이 담긴 소리라는 걸 몰랐다.내 머리 속에 그려지는 이성들은 감정적이지 않고 지극히 정형화 된 나의 틀 속에 가두어진 형태였던 것같다. 추운 겨울 나는 버스 안에서 그를 보았습니다.나는 만원 버스에 실려 가고 그는 아주 예쁜 아이와 다정하게 길을 걷고 있었어요.다음날 그의 친구에게서 확인한 말. 나를 가까이 하기에 너무나 힘들어 하는 그를 위해 직접 여자를 소개 했노라고.......나는 너무나 쉽게 결정했습니다. 그와의 모든 인연의 끈을 잘라 버렸어요. 나 혼자서. 그리고 몇 날을 눈물로 보냈지요.그치려 해도 그칠 수 없는 눈물.알았습니다. 나는 그를 사랑했던 거예요. 꼬박 이년 동안에도 알 수 없었던 것이 그때서야 내게로 다가온 사랑이었다는걸....나는 말합니다. 첫이라는 애틋함을 아느냐고.너무나 많은 시간에 묻혀 모든 추억들이 잊혀져 가도 가끔씩 나를 찾아 오는 이 기억이 가슴 설레이게 합니다.비를 몰고 다니던 아이를 아직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