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은 발디딜틈이 없을만큼
늘어져 있다
버리는것도 정리라는데
나는 버리는것도 못하는가보다
책꽂이... 이거는 결혼하고 첨으로
신랑과 샀던거라 아깝구
유리컵... 아들 크고 나면 쓸수있을것
같아 버릴수가 없구
편지함... 연애할때 신랑한테 받았던
편지들이라 아깝구
가방 ... 좀지나면 다시 들구 다닐
수 있는 것들이구
냄비 ... 겉만 좀 잘 닦으면 멀쩡히
쓸수 있을것같구
교회 다녀온 뒤로 찬장 열어놓고 오후
내내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며
괜시리 이방저방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우리 신랑 넣어뒀던 기타를 꺼내 음을
맞추고 아이둘을 앞에 앉히고는
내가 아이들 재우면서 불러주는 노래를
몇곡 불러준다.
결혼 전부터 좋아하던 그 음성 그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노래를 불러준다
힘차게 따라부르던 딸이 갑자기 어디선가
피리를 찾아와서 음도 맞지않는 곡조를
삑삑~ 불어댄다
겨우 어그적 거리며 걸음을 떼어 놓는 아들은
갖고 놀던 실로폰 피아노를 뚱땅뚱땅
두들겨 댄다
버릴것 챙겨넣을것 한데 엉켜버린 거실이
갑자기 작은 연주회장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내 눈가를 적셔주는
너무도 고마운 모습들......
딸의 성화에 앞치마 두른 모습으로
그 틈에 비비고 앉아
전혀 맞지않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야 했다
- 우리 애들 다 음악가 만들어야
할까봐.....
속없는 남편의 말에 피식~ 말대신
웃음으로 대신한다
할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을듯 싶지만
이 아름다운 정경을 무엇으로 대신할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