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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외출.


BY 雪里 2002-07-05

며칠전부터 기상대의 예보만 듣고는
별의별 남의 걱정까지 만들어서 하고 있었는데,
세력이 많이 약해져서 지나간다는 태풍이
바람없는 비를 얌전히도 내려주고 있다.

축축하게 젖은 건물들이 뿌연 하늘과 맞닿아
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나는,
마치 어린시절 운동회날 장애물경기를 하면서
하얀 밀가루 포대를 길게 이어붙인
그곳을 엉금엉금 기어서 통과하던 그날의 그느낌을 떠올린다.

"나, 오늘도 점심 나가서 먹을건데..."

계획에 없었던 일로 어제도 나는,
먼 외곽으로 차를 몰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는
다저녁이 도어서야 돌아 왔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그이에게 점심의 계획된 외식을 알리려는
말투가 조심 스럽다.

코펠에서 뜸들어 가는 흑미 섞은 밥이
하얀김을 포솔포솔 올리며
오늘따라 유난히도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자기 점심준비 끝~~!!! 두분이 맛있게 잡수세요~~~~ㅇ"

가게에 늘 들르시는분과 함께할 점심을 대충 준비해 놓고
약간의 콧소리까지 곁들여 놓고 나오는데
그칠듯하던 비는 세기를 더한다.

"운전 조심해!!!"
"걱정 말아요!"

빗물에 덮힌 아스팔트위를 달리는 차들이
한결 얌전해져서,
속도 없는 나를 따돌리지 않는것 같아 좋다.

와이퍼의 움직임을 빨리해도
내 시야를 흐려 놓던 빗줄기가 ,
얼마만큼쯤에선 약해지더니
안보이던 커다란 산이 눈앞에 와 서있다.

거센비엔 안보이다가
약해지면 보이는 거대한 산을,
어쩌면, 작은 빗방울들이
데리고 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머리위를 동학사라는 글자가 지나간다.

"박정자"
마치 여인의 이름 인듯한 지명을 갖고 있는 곳.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 땅인지는 모르지만
지명이 신기한데 동승한 엄마들의 설명도 갖가지다.

손두부를 볶은 김치에 싸서 한입가득 넣고,
큰 창밖으로 시선을 보내니
빗물이 덩굴에 매달린 빨간 호박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다.

멀리까지 찾아준게 고마워서
집에서 담근 동동주라며 건네는 병하나를 받아들고는
"먹을 사람도 없는데...."를 연발하는 나는,
우산 속에 정을 가득 담고 서 있는 얼굴에 대고
한참이나 손을 흔들고 되돌아 섰다.

인정이랑, 맛있는 손두부랑 잔뜩 먹고
포만감에 젖어서 돌아 오는길.

낼 모래까지 예약 되어 있는 비는,
그치면 안되는양,
여전히 내리고 있다.

비오는 날의 즐거운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