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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그리고 비...


BY 야다 2002-07-05

곧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한며칠 때아닌 무더위는 사람들을 수영장이나 바닷가로
몰아내고 곳곳이 덥다는 말들...
아직 복날은 더 있어야 하련마는 이상 기온이 올해도
있단다.

며칠전 심한 몸살로 요사이 밥맛은 별로 없다.
어제는 "수제비 끓려 대령하시오~"란 남편의 하명하에
감자 예쁘게 깍아 집어넣고, 멸치 몇마리 둥~둥~
밀가루 녹지근하게 반죽하여 너울너울 창호지마냥 얇상히
뜯어 놓고 나니 그런대로 구수한 맛이 났다.

여름이야 날이 더워 많은 밑반찬을 하기란 어렵고
귀찮아도 그때그때 자주 해먹어야 하니 끼니때란 
아낙들에게는 힘겨운 싸움이다.

앞치마에 물묻은 손을 닦아내고는 냉큼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늘 아래서 아랫세상을 바라볼수 있는 유일한 곳! 옥상!
초록색 고추들이 그새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약오르지 않은 연한걸로 허리숙여 조심스레 몇 땄다.
한쪽 상추도 참으로 빨리도 자란다. 부추와 함께....
잘라먹고 뽑아먹고 돌아서면 그새 불쑥불쑥! 자라올라 
있는 야채들...
예전엔 이같은것조차 그저 스쳐지나갔건만 요새는 눈에
띄고 달리 가슴에 전달되는걸 보면 나도 나이는 먹어가나 
보다.

먼하늘 저편에선 해가 지는 가.
해므리가 붉게 색시마냥 고개 숙이며 내려앉아 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참으로 좋았다.

여름은 더운것만이 있는건 아닌가 보다.
겨울이면 옥상은 다른 세상이다.
계단도 미끄럽고 추우니 일단은 장뜨러 오는것 외에는 
뜨믄. 발길이 뚝!

작년 여름도 4대 정신없는 식구들 복날이라 장어 십여만원치
사다 지지고 볶고 애들과 정신없이 옥상에서 보냈었다.
올해도 오는 복날은 여지없이 그러리라 생각된다.
옥상 가득 펼져진 식솔수대로 그릇들 그리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 텔레비젼 왕왕~거리는 소리, 선풍기 소리...
하지만 애들 다 재우고 하늘가득 펼져진 별들을 보고 누워
있으면 참으로 좋았었는데...
.
.
.
오늘은 하루종일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다.
한며칠 무더위를 잠재우려는지 서늘한 바람 창가로 들이치고
잠시 옛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소녀같은 기분으로 늘 노래를 듣던 일들 그리고 오고간 사람들...
생각하니 살폿한 미소와 아릿함이 함께 밀려왔다.
그 사람들도 이 비를 보며 나와 같은 상념에 젖어 있을까?...

자꾸만 세월은 가고 일력은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고...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볼양으로 후다닥 튀어가보면
놀리듯히 도망가고마는 세월들...

아...다시는 못가고 말 추억이건만...

저녁엔 쌀뜬물 하얗게 받아 된장국이나 구수히 끓려야 
하겠다.

추억을 곱씹으면서...



...0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