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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65 - 교도소 재소자들, 사과묘목 키우며 갱생의지 다져


BY 닭호스 2001-05-11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충남 예산의 사과 묘목 생산 현장에서 일하며 자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야간주거침입 절도죄로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김모씨(42) 등 충남 홍성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5명의 모범수들은 매일처럼 교도소에서 내준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의 예산으로 출퇴근을 한다. 「직장」은 예산군 삽교읍 목리의 예산능금농협 대묘생산사업소.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대묘 생산사업소 3만5000평에 심어진 사과 묘목 생산현장에서 물주기와 제초작업, 가지치기, 거름주기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록 「낮동안의 자유」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영어의 몸에서 벗어나 잎이 트고 자라 낙엽이 지는 과정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직장애를 체험케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또 일을 해 받는 1만3000원씩의 일당은 꼬박꼬박 모아 출소 후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갱생자금」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한다.


특히 『적은 인원이지만 이들이 묘목 생산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줘 인력난을 더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게 대묘생산사업소 신인섭(50) 소장의 말이다.


이들이 사과 묘목 생산 현장에서 자활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된 것은 공주대학교 정재훈(54) 산업과학대학장의 노력이 컸다. 평소 재소자들에 대한 교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정 학장은 신 소장과 함께 홍성교도소 조종윤(48) 소장에게 인력지원을 요청했고 교도소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교도소로서는 이들의 탈주 위험 등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교정 및 자립 효과가 크다고 판단, 믿음을 갖고 이들 모범수에 대한 「무계호 외부 통근」을 결정했다.


정 학장은 『식물이나 꽃으로 감정을 순화시키는 「원예치료」라는 말도 있다』며 『잘만 활용하면 재소자의 사회적응능력 함양과 정서순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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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흘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어린 딸을 데리고 여기 물맑고 공기좋은 청송으로 이사를 왔다...

산속에 오두마니 떨어진 사택에서는 안방 창문을 열면 코앞에 주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잡초 무성한 무덤하나가 바로 놓여있고, 그 무덤을 뺑돌아서 탄실한 고추밭이 펼쳐져 있다...그 고추밭은.. 저 멀리 보이는 나즈막한 산등성이까지 끝도없이 이어져 있다..

인근 축사에서 넘어오는 엄지 발톱만한 쇠파리를 하루에 한 마리씩 잡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집 앞 가로등에 불이 오면 티부이가 나오는 이 이상한 시스템의 집에서 오후 나절이 되면, 가로등에 불 켜지기를 눈이 빠지도록 다용도실에 나가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것도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가로등에 불이 오는 밤에도 MBC와 KBS1 두 채널뿐이 안 나오는 이 곳에서 리모콘 없이 한 채널만 진득히 시청할 수 있는 인내도 배웠다.

한 집을 보고는 이 먼곳까지 신문을 넣어줄 수 없어 우편으로 신문을 보내겠다는 보급소 아저씨의 말씀이 계시고도 벌써 여러날째 신문이 들어오지 않고 있음에도 초연할 수 있는 느긋함도 생겼다...

엊그제는 청송의 장날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들린 남편이 실어다주는 차에 얹혀 시골장 구경을 갔다.

시어머니께서 이삿날 오셔서 주위를 둘러보고 가시며..
"이렇게 집앞에 너른 화단을 두고 니가 아무것도 심어 수확하지 않으면 되겠느냐.. 고추며 채소 몇 가지를 심어 채전밭을 꾸미면.. 그 고추로 올 해 김장 걱정은 안해도 될것이다.."

하셨던게 생각나 모종을 몇 포기 샀다...

고추며...
가지며...
호박이며..
옥수수까지...

그리고 터벅거리며 걸어오다 밭을 일굴 호미도 한자루 샀다.

그렇게 장을 다 보았건만...
시간을 보고 뜸할 때를 타서 나와 딸을 집으로 데려주마고 약속했던 남편은 소식이 없었다...

터벅 터벅...
한잠이 든 아이를 등에 업고...
한손에는 호미와...어제 맡겨 오늘 찾은 아이 사진을 들고..
또 한손에는 새로산 모종들을 한가득 들고...
이렇게 한 시간도 넘는 찻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국도변을 아이와 함께 걷자니..
차들이 금방이라도 내 팔을 스칠만큼 가까이로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누이고.. 잠든 틈을 타.. 모종을 심었다...

다음에는...
가까운 의성에 보다 큰 장이 열리면...
그때 나가 병아리도 몇 마리 사와 닭도 몇마리 치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시골아낙이 될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왕산 산채비빔밥이랑 파전이 맛나도...
달기약수탕의 약수백숙이 든든해도...
나는.. 도시가 그리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