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3

여인천하1 - 증조할머니는 청상과부였다


BY 잔 다르크 2001-05-11

"객구 들린 구신아! 썩 나가거래이! 퉤퉤!"
바가지 퍼온 물을 마당에다 뿌리시곤
시퍼런 칼끝으로 열십자를 그리신다.

새털같은 몸집,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통시서 나오시며 꼬장주를 끌어올리시던 몸짓,
식구가 앓기라도 하면
귀신 ?아 낸다고 입으로 물을 품어 대시던 모습....
아슴아슴한 기억의 한 자락이다.

그러니까 증조할아버지께서는
혼례를 올린 후
증조할머니가 친정에 일년 묵으로 가 계신 사이에
소종갓집에 다니러 가셨다가 갑지기 돌아가셨다.
꿀을 잡수셔서 그리되셨다는 말만 설핏 들었다.

일년에 한 번씩,
차가운 겨울달이 중천에 휘영청 떠오르면
증조할아버지 제삿밥을 머리에 이고
꽁꽁 얼어붙은 개울을 조심조심,
대소가 친척집으로 나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년 중 가장 큰 집안 행사였지만
정작 증조할머니는
한 번도 증조할아버지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다.

친정 어머니는 늘상
"너그 징조할매가 정말 불쌍한 분이시다. 여자로 태어나서 배태도 함 못 해보고!"

신랑이 없어져 버린 시집으로
가도오도 못 하시고
속절없는 세월만 그렇게 수 년을 보내셨다고 한다.
일부종사를 해야하던 시절이었으니
꽃같은 새색시의 기막힌 마음을
누가 알았을까?

복 타령이나 하던가
팔자가 세서
새신랑 잡아 먹었다고들
수근대기나 했었겠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