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들 英에게
2000년 5월12일 밤10시25분에 쓰기 시작하다.
방금 교회에서 베델성서대학 강의를 마치고 들어오는데 메일함에 너의 편지가 있더구나. 네게서 편지가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엘리베터 안에서 들여다보니 꿈처럼 네 편지였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단다. 이제 꼭 10일인데 그간에 편지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뭐냐?
지금쯤 가장 힘든 1주일을 보냈으리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힘겨웠느냐? 편지에는 힘들지 않다고 안심시키려 했다만 아버지가 있고 영현이가 이번 주에 다녀갔으니 어찌 모르겠느냐? 이루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어려움들이 너를 너무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아들낳은 것이 어쩜 죄라도 지은 기분이란다. 어미 심정이다. 하지만 눈물로 편지를 다 읽고는 가슴속에 자랑스런 부듯함이 솟아올랐다.
너는 늘 극한 사항에 잘 대처하는 지혜가 있고 늘 결정적인 순간에는 하나님께 절대적으로 의뢰하는 믿음이 있는 아들이었으니까...그것을 생각하면 엄마는 위로가 되고 견딜만하다. 수진이에게 가는 메일은 푸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전혀 읽지않고 곧바로 전해 주었다. 지금 네 편지를 읽으면서 소리내어 우는가보다.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수진이같은 사랑스런 아내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라.
지혜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 말미암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단다. 너는 분명 지혜로운 아내를 얻었으니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게 틀림없다.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런 나의 며느리구나.
아버지는 너를 맡은 신병대대장의 편지를 소상히 읽으시더구나.
그리고는 지금 서재에서 네게 친필로 편지를 쓰고 계시다. 엄마는 컴퓨터로 이 메일을 쓰고 있다. 컴퓨터가 이럴 때 쓰라고 있는건데 엄마는 너무나 컴에 매달려 있어서 미안하다.
1중대 1소대 1번이라...요령도 피울수 없다니 하나님의 눈이 네게서 잠시도 떠나지 않으심이 아니겠느냐? 사람의 눈에도 가장 잘 뜨이는 곳이고 말이다.
엄마는 네가 가는 날 공항에도 못나가고 네게 근심이 되어서 너무 미안하다. 안병숙집사가 와서 링겔을 맞고 하루종일 잘 쉬어서 지금은 건강하다. 네가 입대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무척 부담이 되었었던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미만 느끼는 고통 같은 것일께다. 그래도 견딜만 하니 염려말아라.
매일 저녁 너를 위해 시간 내어 기도한다. 가장 힘든 순간에 임마누엘이 되어주십사고...강하고 능하신 손으로 붙잡아 달라고...
아구! 방금 누나가 들어오는구나 학교에서 퇴근한다 늦었구나. 누나도 학교에서 연구수업하느라고 애를 쓴단다. 네게 벌써부터 편지를 써 놓았단다. 네가 보고싶은가 보더구나.
아버지는 열심히 운동하시고 목회에 전력투구 하신다. 매일 네 이야기를 하시는데(엄마를 위로 하실려고...) 하나님께서 너의 앞길을 반드시 활짝 열어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단다.그 놀라운 계획속에 네가 있고 지금 그 연단의 용광로에 네가 들어갔으며 정금같이 나올 것이라고 하신다. 두고 보라고 우리 영이는 해낼 것이라고 말씀하신단다. 매일 그러셔.그리고 이제 시작하신 하나님의 연단은 계속 너를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실것이라고 확신하신단다. 엄마에게도 확신하라고 말씀하시는구나.
교회는 여전하다. 수진이가 청암교회에 엄마랑 나오니까 너무나 좋다고 한단다. 아빠 방에서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고 점심밥도 아빠 방에서 먹고 너무 좋다. 이현이도 걱정이 안된다고 한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니까...너무 우리교회가 좋다는거야. 그리고 세례식때 비디오를 찍어서 너무나 멋지단다 우리 이현이가 제일 멋지게 세례를 받았단다.성도교회에 네가 소개한 지휘자 소식을 들었는데...약간 고전을 하는가 보더라 네가 너무나 잘해서 더 힘들다고 현애선 사모님이 말하더라. 네 칭찬을 어찌나 하시는지 함께 듣는 사모님들에게 많이 쑥스럽더구나. 내 아들이 내겐 많이 불만스럽지만 나가서 남들에게 부모에게 욕돌리는 아들은 아닌 것을 보면 엄마 욕심이 너무 심했던 것일까?
엄마는 네가 언제나 네 앞길을 스스로 펼쳐나갈 자생력이 생기는 것이 큰 바램이다. 엄마 아빠가 없어도 능히 세상을 정복하며 살아갈 힘을 확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엄마 아빠의 행복이란다.
이현이 이야기는 수진이 편지에 많이 하겠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이쁘고 귀엽고 깨끗한 아이란다. 재롱이 하나하나 늘어가는데 비디오로 빠짐없이 녹화해 두었단다. 심지어 허준까지 녹화를 해 두었으니...네가 와서보게되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2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기대해 보아라 재미있을게다.
순간순간을 네가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섭섭하지만, 외국에 공부하러 가서 7년동안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임장근집사 생각도 하면서 더 험한 이별도 얼마든지 있거니 하고...위로 받고 있다.너무나 보고싶을 때는 하나님께 기도하거라...꿈에 보여달라고...그리고 절박한 순간에는 주님을 부르도록 해라 네가 상상할 수 없는 돕는 힘이 너와 함께하심을 맛 볼 것이다.
엄마를 56년동안 살면서 순간순간 지켜주신 하나님!
그리고 월남에서 죽음의 현장에서 동행해 주셨던 아빠의 하나님!이 지금 바로 네 하나님인 것을 발견하기 바란다. 네게 적절한 때에 돕는자가 나타날 것이다. 엄마는 수없이 그런 경험을 했단
다. 꿈처럼 기적처럼 질기게 인생 여정을 56년간 달려왔구나.
주영아! 편지가 너무 길면 읽다가 잠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이 생기는건 아니냐? 아구...어쩌냐? 매일 조금씩 나누어 써야겠지?
오늘은 이만 쓸란다. 6주가 600일은 되는 기분이로구나. 자랑스런 내 아들아! 네가 멋진 해병이 되어 내 앞에 떡~ 나타나서 충성!을 외치는 것을 상상하면서 오늘도 참고 또 참는다. 아무나 해병이 된다면 나도 해병에 아들을 안보냈을 것이다. 자랑스런 아빠의 아들 대한의 해병아~
네가 이현이가 보고싶드니 하늘땅땅 엄마는 네가 보고싶다.
주안에서 닛시!(승리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이레! (준비하시는 하나님)
11시 6분에 엄마는 펜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