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의 걸음새가 이상하다.
웬지 부자연 스러운게 절뚝 거리는것도 같고.
하여 난 아이에게 묻는다.
" 너 왜 그러니? 어디가 아프니? "
" 응. 다리가 좀... "
" 아니, 왜에? 왜 다리가 아픈건데? "
" 그냥 좀. "
아이는 더이상의 설명도 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갈아입는다.
저녁밥을 가져다 주니 한쪽 다리를 묘하게 비틀며
인상이 찌프러진다.
" 너 왜그래? 여기가 아파? "
아이와 눈을 마주한채 아이의 다리를 만지려 하니 아이는 자지러질듯 놀래며
얼른 제 다리를 움추린다.
그 행동에 의심도 스러웠고 나또한 아이의 그 행동에 너무도 놀래어
싫다는 아이를 윽박질러 허벅지를 본 순간.
가슴이 미어져 온다.
아이의 넙적다리에는 붉고 푸른 피 멍이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 어, 어, 어떻게 된거니? 왜 이래? 응? "
자꾸만 치마를 쓸어내리는 아이는아무것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한다.
분명 맞은 자국인데 어찌 모른체 할수 있을까?
밥숫갈도 놓은채 나는 밥 먹는 아이를 채근한다.
" 누구야? 누가 그랬어? 학교에서 그랬니? "
" 아니야 별거 아니라니까 "
" 이누무 지지배가.. 말 안해? "
" 알거 없어 "
그냥 순순히 말을 할거 같지 않아 난 아이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 너 학교에 전화한다. 도데체 어쩌자고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엄마가 좀 따져봐야겠다 "
" 엄마는... 사실은 학교에서 맞은게 아니고 사격 감독님께 맞?瞞?"
" 아니 왜에? "
" 웅. 점수가 못 나왔다고 "
" 몇점이나 나와야 하는데? "
" 9 점 "
많이 속이 상했다.
내가는 아이를 나무라고 지청구를 해도 남편이 아이를 야단치는것조차
아니, 인상쓰는것조차 피가 거꾸로 솟는거 같이 마음이 아픈데.
아무리 점수가 못 나왓다고 해도 그렇지 어쩌자고 아이를 저리 피멍들게 했단 말인가?
" 차라리 엉뎅이를 때리지 그랬다니? "
차마 아이 앞에서는 감독님을 원망하지 못하고
그래도 조금은 살이 더 많은 엉덩이 부분을 맞길 바라는 마음에
맞은 부위를 손으로 쓸으며 말을 하니
" 엄마, 사실은 엉덩이도 맞?瞞?"
기가...막혔다.
딸아이의 엉덩이를 본순간.
역시도 허벅지 처럼 푸르고 붉은 피 멍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리고 넓은 부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에...
순간 내 눈자위가 뜨거워 지며 목이 잠겨온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 이누무 지지배야. 어쩌자고 맞고다녀. 좀 잘하지..."
말끝을 흐리는 내게 아이는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 엄마, 걱정마. 그리고 속상해 하지마. 내가 잘못해서 맞은건데 뭘 "
" 많이...아프지? "
" 조금. 참을만은 해 "
저녁밥상을 물린뒤
나는 아는 약국에 전화를 해 보았다.
그냥 얼음찜질에 연고나 발라주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다.
서둘러 냉동실에 있는 얼음조각들을 갖고와
아이를 엎드려 놓고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땀띠기가 총총히 나 있다.
그 땀띠 하나에도 쓰리고 아플텐데 그렇게 자국이 나도록 매를 맞?蔓릿?
오죽 쓰리고 아플까?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 오며 그 감독님이 원망스러워 진다.
말로 해도 알아듣는 아인데.
조금더 열심히 하라고 말로서 채근해도 될것을...
주위에서 말로만 듣던 체벌이 우리 아이에게도 해당이 된다는걸
아이의 몸을 보고서야 나는 느낄수 있었다.
말로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지요.
그렇게 쉽게 얘기를 햇어도.
에미라는 이름이 자식의 멍든 몸 앞에서 원망으로 무너져 내린다.
속옷을 입지 말라고 하고
풍덩한 치마를 입혀 일찍 자라고 하고는 아이를 제 방으로 쫓아버렸다.
측은함과 미련함이 동시에 내 눈에서 아이를 멀리하게 만든다.
밤새... 뒤척이며 잠이 오질않았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야하나?
아니면... 감독님을 만나봐야 하나?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을 이룰수가없었다.
" 좀 ...어떠니? "
" 괜찬아 졌어. 걱정하지 말래두 "
가벼이 말을하는 아이를 불러세워 교복스카트를 들쳐본다.
어제보다도 더욱 선명한 멍자욱이 낙인처럼 찍혀있다.
차라리 보지말자.
체벌이란 있을수도 있는거.
매 안들고 남의 자식 어떻게 가르치겠나?
나 스스로 위로하고 위로받아도
심정 상하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나폴거리며 현관문을 나서서 대문밖으로 뛰어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옥상에 까지 올라가 한참을...
아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난 바라보았다.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