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날이다.
시장을 휘적이며 돌아다니다 난전 아줌마의
"골라 골라 5000원" 이란 소리에 티셔츠 두가지 골라 들었다.
한적한 소롯길로 혼자 돌아오다가 풀꽃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매립지로 향했다. 2년 전만해도 이곳은
바다였지만 지금은 대형아파트가 들어섰고 할인매장도 생겼다.
그리고 남은 공터에 지금 한창 신록이 푸르름을 뽐내고
야생풀들이 정겨움을 더해준다. 어릴적 시골에서 지천으로
보던 이름모를 풀들이
똑 같은 자태로 싱싱하게 뿌리 내린것을 보면 아련한
유년시절이 가슴 저미도록 그립다.
풀잎을 짓이겨 반찬하고 돌가루로 밥짓던 소꼽친구도 생각나고
내가 살았던 집과, 골목, 넓지않은 들녘, 이맘때 밭이랑엔
푸성귀가 한창이던 내고향 마을까지 한순간 휘익 지나간다.
삘기를 "삐삐"라고 우리 고향에선 불렀다.
그때는 간식거리가 귀해서인지 삘기가 올라오는대로 애들이
뽑아서 먹곤 했지만 지금은 뽑는 이 가 없어 하얀 깃털이 되어
억새마냥 나풀대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삘기가 먹는 풀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싱겅이풀,찔레순, 아카시아꽃잎,등등....
봄이면 자운영이 들녘에 무리지어 피었고,한낮 뛰놀다
풀꽃가지 꺾어 먹고 토끼풀꽃으로 왕관도 만들고,꽃반지,꽃시계,
온갖 장식을 하며 친구들과 낄낄대던 내 유년시절이여!
돌담에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를 때 까지
누구집에선지 마실간 아이를 부르느라 아주머니의 쇠된 목소리가
담장너머 까지 들려올때면 우리의 하루 놀이는 후다닥 마무리
된다.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음에 이름모를
들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추억들이
자꾸 가슴을 저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