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2

소녀와 바다


BY 야니 2000-08-24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강릉행 버스를 탔다.
고향바다를 떠난지 삼십여년 이라는 시간 때문일까?
마음 깊숙히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떨고 있는지를.
새벽이 넘어서 강릉에 도착했다.
나는 그 때까지 두려움에 불안해 하고 있었다.
누군나 나를 밀면 나는 울어버릴 것 같았다.
버스는 끊어지고..
택시를 탔다. 원래부터 도착지가 없었기에..
강릉보다는 정동진이 나을거라는 기사아저씨 말대로 정동진으로 향했다. 또 다시 두려웠다...
초라한 민박집에 도착해서야.. 약간 두려움은 가셨지만..
한 참을 낮설움에.. 우울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런 아슬아슬한 비행이 마냥 즐거운 듯 좋아라 날뛰었다.
정말 초라한 방이었다. 나 처럼..
퀴퀴한 냄새와 구석진 작은 네모방. 그 안에 있는 나는 더욱 더 초라했다. 질끈 동여맨 머리에. 약간은 바랜 티.. 터질 듯한 바지모양새.. 더욱 더 우울한 얼굴모양새가.. 초라한 방과 어울려 천상 일을 저지를 듯한 분위기 였다.
방을 안내하시던 아주머니의 눈 빛에서.. "쯧쯧 무슨일이여. 남편없이 이 여름휴가철에 애들만 데리고.. 차림새도...." 이런 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나만의 휴가를 떠나왔다.
그리고 하루. 이틀 아이들은 아직도 모른다. 나의 이런 우울함을 아마도 알지 못함에 너무나 감사했다.
이런 초라한 몰골의 엄마에게 아무런 우울함을 읽을 수 없음은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가질 수 없는 희망이 가득하다는 것을...
이제... 드디어 내가 꼭 치우어야할 숙제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가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안산행 버스표를 끊어놓고는 또 다시 아이들의 손을 낙가채어. 강릉의 작은 "강문해수욕장"으로 갔다..
아이들은 어디가는지. 자꾸 물어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금세 잊고는 또 다시 장난치기에 바빴다..
경포대를 지나 15분 정도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아이들은 힘이 들었는지... 또 다시 질문을 해댔다..
나는 또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에 힘든 것을 녹이고는 열심히 나를 따랐다..
아~~ 저 멀리 강문바다로 이어지는 방파제가 눈에 들어왔다.
고향을 떠나 잘사는 고모집 단칸방에 더블살이 하며. 살 던 열세살의 소녀의 꿈에 자주 나왔던 방파제. 그러나 소녀는 한 번도 방파제를 넘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방파제 앞에 다 와서는 잠을 깨곤하여.. 늘 소녀의 베개는 눈물로 흥건하였다..
자 이제 저 방파제를 넘으련다...
강릉에서 마산고모집으로 온 이후 부터 소녀의 모든 것이 변해졌다. 소녀는 나약하고, 소심하며, 소녀가 진정 원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체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소녀는 강해지고 싶었다... 이토록 험난한 세상에서 툭하면 상처만 받는 자신이 너무 싫었기에... 그 예전의 소녀의 모습을 찾아. 그리고 소녀의 유일한 고향친구인 바다를 만나러 이런 뜻하지 않은 여행을 떠나 온 것이다.
아이들과 동네 어귀의 다리를 건너면서 부터 눈물이 맺쳤다. 그 예전의 소녀의 발걸음이 잦았던 다리가 아닌가..
소리를 지르며 밤무서운 것 모르고 숨박꼭질에. 바다며 마을을 돌아 다니던...
그래 이제 나는 내 친구인 바다를 만나러 간다.
저 앞에 바다가 있다....

........

난 바다에 서있다..
그리고 울었다...
친구는 말했다..
너 왜 그렇게 약해졌냐교..
난 말했다... 그 때는 너가 있었쟎아..
그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너가 있었다구....
무서운 얼굴로 나를 감싼 모든 힘듬을 니가 다 막아주지 않았냐구...
그 때 떠난 내가 이렇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초라한 모습으로 니 앞에 서는구나..
미안하다.. "바다야~~~"
니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어서....

함 참을 울었다....
그렇게....

저 만치 나의 두 아이는 넘길거리는 바다가 무서운지도 모르고. 바다와 장난을 치구 있었다. 밀려드는 파도에 그렇게 깔깔거리며.. 바다가.. 나의 아이인줄 아는냥....

바다야... 이제 되었다...
다시.. 그 예전의 소녀로 돌아갈 수 없지만...
좀 더 씩씩하게 살게....
너를 또 다시 만나 부끄럽지 않게...

바다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 였다..
세상에 물들지도 않았고... 주변의 상황에 어떤 갈등도 없이.
항상 꼿꼿한 모양새로..
나를 반겨주었다...

참 기뻣다...

바다를 보았으니.. 가야지..
작별을 고하고 돌아오면서...
떠날때의 두려움은 가신 듯 했다..
아이들은 지쳐 골아 떨어지고.. 아이들의 숨결이..
내 가슴속에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