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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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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원의 앞과 뒷모습


BY 들꽃편지 2002-06-29

나뭇잎이 팔랑팔랑 손짓하는 영아원 대문 안...
깨끗한 마당가에 피어 있던 하얀색 페추니아 꽃.

처음 대하는 부모가 없는 아기들...
아니 부모가 버린 아기들...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씻고 두돌 못된 아이들 방엘 들어갔다.
낯설어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처음 대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막연했다.
그래서 책을 찾아 책을 읽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다 내 주의로 동그랗게 앉았다.
안 웃던 아이들이 웃음을 찾을무렵...
어떤 아가씨(보모)가 오더니 책을 빼앗아 높이 올려 놓는다.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도 안하고 표정은 뭐 씹은 얼굴을 하고선 말이다.
나도 뭐라할 수도 없고...
영아원 분위기를 파악 못하는 내 잘못임을 순간 알아차렸지만
'아니, 내가 아이들 책 읽어주고 제자리에 놓으면 되는거 아닌가?'
속으로만 그랬지 난 더 이상 할말을 못했다.
이곳 아이들 생활이 이런거라는 걸 차차 알아가면서 분통이 터져 혼났다.
불쌍한 아이들...무지한 부모들...싸늘한 보모들...화가 마구 났다.

소변 보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
밥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에 그런 일들을 안하면 할 때까지 지켜보고 하라고 윽박질렀다.
문밖은 나가지도 못하고 장난감도 가지고 노는 시간외엔 아이들끼리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래야 하는건지...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어 자유를 찾아야할날을 기다릴지 모른다.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아이들은 자유를 원할거라고 그것뿐일거라고...
새처럼 훨훨 날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거라고...

안다.
이런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일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을 대하려면 엄격한 규율과 시간에 맞춰 볼일을 보고 식사를 해야한다는 것도 알것같다.
다만 왜 그리 무표정할까?
아니 왜 그리 무서운 표정일까?
왜 아이들을 동물처럼 싸게 하고 먹게 하고 놀게 하는 걸까?

해윰이란 여자 아이가 눈에 선하다.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우는 걸 두고 나와야만 했다.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가슴을 달래고 성노원을 나오면서 화가나서 화가나서 친구들에게 주절주절 말을했다.
무책임한 부모들...무서운 보모들...동물같은 제도들...세상의 겉과 속들...

제일 화가 나는 건..
아이들을 낳았으면 책임을 못지고 버린다는 것.
전후사정이야 있었겠지만...
모르겠다.
내가 뭐라한다고 달라질것도 달라질일도 아닌데...
화가난다.
너무 화가나서 잠도 설치고 오늘 하루종일 영아원 갔다 온 생각만 난다.

겉으로 보이는 초록 나뭇잎의 살랑거림도
때맞춰 핀 가지각색의 꽃들도
깨끗한 마당과 방과 화장실도...
그러나 그 뒤에 감춰진 부자유와 감옥같은 하루살이와 웃음을 잃은 아이들과 감정이 없는듯한 보모들과...
이런것들이 뒤섞여 나는 하루종일 뒤숭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