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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78


BY 녹차향기 200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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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었습니다.
어버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함이 고이는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보았지요.
라디오에서 나오는 GOD의 '어머니께'라는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뚝 떨구며 설거지를 하고, 서둘러 시어머니께 다니러 나갔지요.
햇살이 아주 맑고 환한 날이었어요.

엊저녁 늦게 추어탕을 끓여놓았고, 잡채거리도 준비해 두었었거든요.
어머님을 위한 특별메뉴였어요.
남편이 술 한잔을 하고 오는 바람에 운행할 차가 없어서 길가에 서있던 택시를 탔어요.
졸고있던 택시기사가 깜짝 놀라며 다시 시동을 걸고 종로를 향해 출발하였는데, 그 택시기사...자신의 어머니는 어머니 나이, 서른여덟에 돌아가셨다며 우울해했어요.


깜짝 놀랐지요.
그렇게 젊은 나이에 여섯남매를 남겨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요?
택시기사는 무척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역력했지요.
부모복이 없는 놈이 무슨 다른 복이 있겠냐며, 아직 장가도 가지 않
았노라며 지금까지 살면서 소풍, 수학여행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쓸쓸하게 말했어요.
고아와 다름없는 삶이었겠지요.

아!
나에게 부모가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고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
못살고 힘들었어도 응석부리고, 투정하고, 불만을 터뜨려도 다 받아주고
사랑으로 희생으로 한 평생을 다하신 부모가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지.

부모님이 자식에게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
외롭다,
어디 아프다...
라는 말이라지요?
행여나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심려를 끼칠까 봐 차마 뱉어내지 못한 그 말,
외롭다,
어디 아프다....

외롭게 홀로 남겨두진 않았던가요?
어디 편찮으신 걸 몰래 참으며 계시진 않으셨던가요?
저희 친정엄마는 한약 드시는 것은 무슨 사약 먹는 것처럼 끔찍하게
싫어하셨어요.
나중에 니들에게 폐끼치기 싫다는 이유인데,
죽어야 할 때 그 한약발 때문에 얼른 목숨이 끊어지지 않으며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란 지론을 펼치시면서요.

자식에게 부담되고, 짐이 되고 싶지 않으신
한약,보약은 일절 드시면 안되는 줄만 알고 그렇게
살아오신 엄마.
관절통으로 밤마다 깊은 잠을 못주무시고 통증을 혼자
그렇게 이겨내고 있는 엄마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요.
더 건강해지셨음 좋겠어요.

택시기사의 날렵한 운전 덕분에 목적지에 잘 도착하였지요.
그 분께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 했음....하고 빌었어요.
뭘 이런 걸 다 분주하게 준비해서 가져왔냐며 시어머님은 말씀하셨지만
얼굴에 한가득 흐믓한 표정이 되셨지요.
그리고 함께 일하시는 아줌마들도 맛난 음식 잘 먹었다며 좋아들 하셨구요.

큰애와 작은애는 엄마의 악세사리와, 아빠의 사각트렁크 팬티, 할머니의
벙거지 모자를 준비해서 아침 일찍 건네주더군요.
큰애는 특히 학교에서 아빠의 얼굴을 그려 그 뒷면에 편지를 썼는데,
아빠의 모습도 너무도 흡사하게 표정이 살아있어서 깜짝 놀랐답니다.
준아, 민아!
정말 고맙다.
이 편지 읽으면서 엄마 운 거 모르지?
아빠도 많이 용기를 얻으실 것 같네.
니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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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모님께-
어떻게 보면 뜨거운 햇살이지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이,
꼭 엄마 아빠의 사랑 같아요.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아빠가 없으면 너무 쓸쓸해요.
그리고 또 너무 걱정되요. 힘드실 것 같은데....
도와드리고 싶은데 도와드릴 수도 없고...

이 그림 어때요?
사진 보면서 아빠 얼굴을 그리니까 어딘지 모르게 어눌한 느낌이 들어요.
아빠, 요새 힘드시죠?
사진도 힘드신 아빠의 모습이 찍힌 것 같아요.
아빠, 힘내세요!
저도 아빠를 떠올리며 힘 낼게요.
엄마,
엄마 얼굴 못 그려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엄마 얼굴 그리기가 어려워서...
다음에는 엄마얼굴도 그릴게요.
그래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는 거 아시죠?
요새 신장이 안 좋으시니까 조심하세요.
건강이 최고잖아요.
저는 엄마, 아빠 생각만 하면 힘이 솟아요.
그리고 죄송해요. 실망시켜 드려서....
앞으로는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장남 준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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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썼죠?
세상 어떤 갑부도, 어떤 명예도, 어떤 권력도 부럽지가 않네요.
여러분들도 아주 좋은, 그런 어버이날이셨기를 바래요.
좋은 밤 되시고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