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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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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을 놓아버린 여자


BY 바늘 2002-06-28

하늘색 체크 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빠른 손놀림으로 미역냉국에 넣을 길죽한 오이를 굵은 소금으로 벅벅 문지른다.

그렇게 준비된 오이를 도마위에 옆으로 놓고 가늘고 길다랗게 채썰어 미끈함을 씻어낸 미역냉국에 송송 띄운다.

누린내 없는 돼지고기를 커다란 양푼에 넣고 얼큰하게 고추장 고추가루, 마늘 다진것 듬뿍에 생각즙도 뿌려넣고 조금은 달착지근하게 제육볶음을 하던 나의 바지런 떨던 손이 요즘은 자주 자주 솥뚜껑을 놓아 저멀리 던져 버리게 된다.

이무슨 조화일까?

콩나물 삶아 차겁게 흐르는 물에서 건져내어 아작 거리게 준비하고 참기름 솔솔뿌려 맛나게 박박 무쳐내던 나의 손이 이무슨 얄궂음인지 점점 게으름만이 늘어간다.

끼니때면 특히 온가족이 둘러 앉을 저녁상을 준비하면서 분주하게 지짐질 볶음질 보글 자글 만들어 올리면서 그게 행복이라고 실실 웃음도 퍼냈었다.


헌데 지금~

하얀 사각 식탁위로 홀연한 불빛 할로겐만이 독백처럼 서있고,
고요함의 정적속에 사랑과 정겨움을 잃어버린 주방가에는 스산한 바람만이 횡하다.

문득 눈언저리가 젖는다.

가득이나 엇그제 부터 왼쪽눈이 나도 모르게 부어올라 걸그적 거리는데 눈물까지 젖어 흐르면 어쩌나?

냉장고에서 차겁게 식어진 오렌지를 하나 꺼네어 과도로 반을 갈라 입으로 가져가는데 왜이리 서러움이 목메어 오는걸까?

정말 사는게 뭔지...

오늘은 왜 이렇게 미운사람이 많은걸까?

너도 미워~~

저기 제도 밉고 ~~

이렇게 가는 세월도 밉고

다 미워 밉다구~~

그런데 가장 미운것은 바로 나야

솥뚜껑을 놓아가는 바로 나~~

나 말이야~~~~~~~~~~~~~~~~

여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