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며칠 안되는 날.
울 신랑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
5분안에 숨 넘어 갈 만치 아프다던가
비슷한 상황으로 내가 아프다던가
것두 아님 잘해야 자기 부모님 또는
혼자 계신 장모님 생신정도.......
그중에 아무날도 아닌 오늘
신랑이 일찌감치 퇴근해 집엘 왔다.
- 자기 드뎌 짤렸어?
- (피식 웃으며) 이시간에 봐두 나 알아보네~
모처럼 이른 귀가를 한 아빠곁에서 두 아이들은
흥분해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오랫만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마친후
터키와 브라질의 축구 경기를 보고있던 남편이
느닷없이 월미도엘 나가잔다.
(흥!! 그런다구 누가 점수 더 줄줄 알구....)
큰아이 자전거를 뒷 트렁크에 싣고 오늘 새로 산
작은아이 샌들 챙겨서 모처럼 밤바다 바람을 쐬러
나섰다. 종일 밖에서 까맣게 그을리도록 뛰고
놀았건만 그래도 큰아이는 아빠와 나선 외출이 마냥
신나는 모양이다. 덩달아 작은 아이도 올려놓은 무릎
에서 강둥강둥 뛰어댄다.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자전거 내려 큰아이
태우고 작은아이는 샌들신겨서 겨우겨우 내딛는 걸음을
함께 했다. 놀이기구 있는 곳에서 몇가지 큰애가 좋아
하는 것들 태워주고 작은아이는 제 머리보다 크게 부풀려
놓은 솜사탕 하나 쥐어 주었더니 누가 빼앗아 먹기라도
하듯 휘적휘적 어눌한 발걸음을 바삐 옮겨 우리 부부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저 특별한 주제없이 아이들 이야기,
새로 이사갈 새집 이야기,도배며 장판이여,버리고 갈
헌 옷가지들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을듯 싶게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만에 꼭 쥐고 걷는 남편의 손길도 좋았고
남편과 딸아이가 싸워가며 먹는 번데기도 이쁘고
축 쳐진 기저귀에 불룩 나와 흔들리는 작은 아이의
엉덩이도 감사한 저녁이다.
그저 조금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리고 이렇게 다들 건강하게 그 시간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보잘것없는 남의 것에
눈길 주며 가슴한구석 허전해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살아갈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