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5월이 시작되었는 가 싶었는데, 어느새 어린이날이 지났군요.
올해는 제 79회를 맞는 어린이 날이었잖아요.
어떻게 횟수를 다 기억했냐구요?
ㅎㅎㅎㅎㅎ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큰애가 학교에서 아주 좋은 상을 받아왔어요.
'우수과학어린이'
학교에서 딱 1명 받는 상이었는데, 그 상을 타왔고 부상으로 국립과학원 회원증이 주어졌거든요.
서울 명륜동에 있는 과학원은 시설이 낡고 볼 것도 별로 없는데,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마침 어린이날행사 프로그램이 신문에 자세하게 실렸기에 이번 어린이날은 거기서 보내기로 했지요.
또 대전엔 막내여동생이 살고 있기 때문에 하루전 오후 느즈막히 기차를 타고 내려갔답니다.
대전은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깨끗하고 편리하면서 교육적인 도시란 느낌을 받아요.
유성구에 위치한 과학관은 구청 복지과에서 어린이날 기념 프로그램을 여러가지를 준비했더군요.
의장대 사열도 보고, 태권도 시범, 풍물패의 사물놀이 공연, 마술쇼, 체험과학학습과 민속놀이등 얼마나 다양한 볼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탱탱볼을 직접 만들어보고, 에어로켓도 설명서대로 만들고, 또래아이들과 어울려 닭싸움과 제기차기, 팔씨름도 하고, 화전도 부쳐서 먹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얼굴이 까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어린이날을 보냈답니다.
"정말 이렇게 신나는 어린이날은 처음이야!!"
이 말을 제 아들이 했냐구요?
아뇨, 제가 했어요.
마치 어린이로 돌아간 듯, 아이들과 직접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면서 즐거움에 들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모든 가족들이 같이 웃었지요.
"대체 누가 어린이야?"
"오늘 자신이 마치 어린이인 줄 착각하는 일부 어른들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제 동생이 급기야 착각에 빠진 어른들 명단을 불렀지요.
물론 제 이름이 일순위였고, 막내여동생의 남편 또한 순위에 올려졌답니다. 아직도 덜 컸나봐요....^.^
프로그램중 도전 골든벨이 있었는데, 참석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그 가족 4명이 퀴즈를 푸는 것이 있었지요.
저희도 물론 참여를 했구요.
처음엔 아주 단순하고 쉬운 문제들이라 재미있게 풀었는데,
예를 들자면?
박찬호의 백넘버는 몇 번인가? 다음 동물들중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은 어떤 동물인가? 아시안게임은 몇년 마다 열리는가?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시작하는 노래에서 토끼는 무엇을 하러 옹달샘에 갔는가?
다음중 과일이 아닌 것은? 등등등...
하지만,
과학상식을 묻는 문제에서 저희 가족은 탈락의 쓴 맛을 보아야 했지요.
ㅠ.ㅠ
사실 문제가 좀 알쏭달쏭 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별 것이 아니었더라구요..
떨어졌지만 그래도 즐거운 기분으로 나머지 일정을 보냈고,
밤 10시 16분 서울행 기차로 귀가 했지요.
올라오는 기차안에서 우리는 모두 곯아떨어졌고, 얼굴도 볕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해있었지만 흐믓한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도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 밑에서 맘껏 하루를 지낸 것이 무척 좋았었던지, 제일 재밌고 좋았던 어린이날이었다고 후평을 하더군요.
매일 이렇게 공부에서 벗어나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스스로 활동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지요.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가 오래오래 지속되고,
그들에겐 어떤 고통이나 시련이 닥치지 않길 바라며,
각자가 간직한 아름다운 꿈들이 성취되었음 좋겠네요.
그리고, 이런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깊은 감사를 느꼈어요.
우리와 시간을 함께 못할 수 밖에 없었던 남편에게 미안함과
감사를 전하고 싶구요.
여러분, 모두 평안한 밤 되세요.
몸도 마음도 바쁘고, 또 지출도 무척 많은 달이 되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야겠죠?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