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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씨리즈 9


BY ggoltong 2002-06-24

나의 친정동네에는 유달리 떨어지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좀 떨어지는 아저씨들의 특성이 그렇듯
나는 오히려 그런 아저씨들의 순박함이
그 아저씨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헌데 그런 아저씨의 무리에도
튀는 아저씨가 있었을까?
그런저런대로 세상의 때라고는 찾아볼수없는
말간한 아저씨들 틈에 반동분자마냥으로
요상스레 튀는 아저씨가 있었다.
분명 그 아저씨도 다른 아저씨들과
다를게 없는 아저씨임에 틀림없는데
유독 그 아저씨는 내가 여자로써
기피하게 만드는 독특한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이였다.
잠시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칠보단장하고 지나가려는데
열심히 살아도 모자란 IMF물결속에서
그 아저씨는 아가씨있는 대포집에서
꺼억꺼억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더니 대뜸 내게 '아,이리와서 술한잔 받어봐~'
이러셨다.
콧잔등이고 눈동자고 온통 붉은 물결이였던 그아저씨..
술을 어찌나 마셔댔는지 술 냄새가 온몸에 진동하였다.
'됐어요~,아저씨 적당히 드세요'
자리를 피하려던 나는 또 아저씨의 손에 붙잡혔는데
이제는 마구 성질을 피운다.
'술한잔 같이 먹자는데 왜 이렇게 굴어~~~!!!'
어이쿠야..
이 아저씨가 정상이였다면 화가 삐죽삐죽 날 상황이였으나
어찌어찌하여 화를 참고 간신히 손을 뿌리쳤다.
그 날이후로 그 대포집을 지나갈때
빠른 종종 걸음으로 그 집앞을 지나가게 된다.

어느날이였다.
막 큰아이 몸을 풀고 자리를 보전하고 있었던 나는
별안간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아랫목을 슬근슬근 비비고 일어났다.
또 그 아저씨였다.
'무슨 일이세요?'
나의 부시시한 물음에 어디 아프냐는 말이고 뭐고는
하실 생각없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 개잡을 거여~개 잡는다!'
그러는 것이였다.
왠 개를 잡냐고 그러니까
몸이 안좋아서 개 잡아먹는 다고 짤막하게 말씀하셨다.
바로 우리집 앞 1M될까말까하는 곳에서
개를 잡는다고 생각하니 머리털이 쭈빗거렸다.
그래서 절대 안된다고,우리집앞에서는 절대
개를 죽이지 말라고 하고는 그날 미역국끼니를 걸렀다.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아버지가 들어오시는데 개 꼬슬린~(우웩)냄새가 역력했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삼둥이가 집앞에서 개를 잡는데
산모가 있으니까 다른데서 잡으라고 만류하고 왔다하셨다.
그날 이후로 그 냄새가 코에 배여
미역국이고 조기튀김이고 먹을 수가 없었다.

화창한 봄날.
집앞에 왔다갔다하는데
이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헌데 그 눈빛이 정말로 오장육부에 식용유를 부어대는
느낌이였다.
왠일일까..저 아저씨가...
그 느끼무리한 눈빛때문에 한동안 바깥 출입을 안하고 싶어졌다.

항상 그 아저씨는 비행장표 붉은 티를 입고 다니신다.
월드컵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붉은티가 어느날부터인가 공포의 붉은티로 각인돼고
해떨어질 무렵 가게 갔다오다가도 아저씨의 붉은티가
어둠을 해쳐 다가올때 즈음 되면 무섭고 긴장되어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아저씨는 그렇게 내가 셋째 아이를 낳을때까지
내 오장육부에 식용유를 부어대고 짜대고를
연발하더니 어느날 요상스런 마누라가 부인이랍시고
들어앉아있다가 홀라당 남은 재산 다 가져가
이제 정말 빈털털이 신세가 되었다.

다른 좀 모자란 아저씨들은 얼마나 순박하게 잘
살으시는지 모른다.
그런 아저씨들은 막걸리라도 한되 받아드리고
싶은데 정말 이 아저씨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먹고 싶으리 만치 아직까지도 이곳저곳에서
인생을 탕진하고 살고 계신다.

갑자기 생각난 이 아저씨.
미친놈 씨리즈의 주인공 자리에는 앉히고 싶지 않은데
괜스리 생각난건 왜 일까..
아..우리집앞에서 제발 개잡는건 하지 말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