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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친언니 카페에서 매일 2만 원씩 점심값 결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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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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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서 엄마가 되다~


BY 은빛여우 2002-06-20

" 너 이담에 더두말구 꼭 너 닮은거 하나만 나아봐라...."

결혼전 친정엄마 속을 홀딱 뒤집어 놓을때마다
엄마가 내게 하셨던 화풀이 악담(?).

절대로 가족중에 누가 먹던 상에서 밥 안먹기... 새로 차린
상이 아니면 밥을 안먹던 나.
절대로 내손으로 빨래 안하고...빨래는 고사하고 벗은 옷
빨래통에 구분해 넣는것도 싫어해서 엄마 손이 가야했던
계으름뱅이 딸.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등살은 좋아하면서도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조기 머리가 싫어서 따로 접시에 가시
발라 놔 줘야 먹었던 대책없던 딸.
완두콩 이외에 어떠한 잡곡도 싫어해서 온 가족이 좋아하는
오곡밥을 하는 날에는 꼭 하얀밥을 다시 해줘야 먹던 딸......

그러고보니 엄마 입장에서 내가 결혼을 하여 집을 떠난 것이
어쩌면 새로운삶의 평화를 누릴수있는 기가막힌 기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자식이 있을까마는 엄마한테 이 철부지
외동딸은 참 각별한 존재였다.
딸이자 친구이자 조언자이지 애인......
그래서 잔꾀많은 이딸은 결혼전까지 세수하는 외의 모든 물일은
해보지도 않고 용감하게 결혼을 했다.

그리고 지금 결혼 8년째......

큰딸(6살)이 유치원 가며 남긴 밥을 먹어 치울줄도 알고
13개월 장난꾸러기 아들이 먹으며 질질 흘린 침에 젖어 풀떡거리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기도 한다.

밥 먹다 큰일 치르구 만족해 하는 아들을 눕혀 기저귀 갈아채운뒤
그손으로 다시 수저를 든다.
아기 낮잠 재운다고 함께 누웠더니 먹고있던 우유인지 침인지
모르는 축축한 입술로 애미 얼굴을 적신다.
예전엔 집앞 슈퍼에 가도 곱게 화장을 해야만 다녀오던 내가
큰아이의 요구에 큰 길가 시장통에까지가서 참외 몇개를 사가지고
왔다. 스킨 로션이 전부인 맨 얼굴로.......

조금전 유치원 다녀온 딸아이의 점심을 준비하며 냉동실에
남겨놓은 조금 튼실해 뵈는 조기 한마리를 꺼내 노릇노릇 구워
꽃무늬 이쁜 접시에 놓아 주었더니 이 고약한 딸네미 하는말이
조기가 저를 노려봐서 먹을 수가 없단다. 밥 안먹는다 떼를 쓰
는 아이를 달래 따로 접시에 살을 발라주었더니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휭~하니 나가버린다.

너 닮은 딸하나......

역사는 이렇게 되풀이 되고

나를 똑같이 빼 닮은 딸로 인해서 나는 여자에서 엄마가
되어 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