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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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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nugunga 2002-06-17

아기였을땐 입가에 웃음만 지어도 부모님들의 탄성을 들을수 있었고
아이였을땐 제대로 걷기만 해도 잘한다 칭찬 받았다
학생이었을적엔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눈으로 확인되었고
열심히 했을때 칭찬 받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부가 된 지금,
걸레를 잘빤다고 칭찬해주는 이가 있는가?
설겆이를 잘 한다고 상을 주는 이가 있는가?

'음...이 찌개 정말 맛있군! 당신 솜씨는 정말 대단해'
이 간단한 칭찬이 찌개하나를 끓여내려고 시장에서 재료 고르고
더운 여름날 가스불앞에서 저녁내내 동동거렸던 한 주부의 고단함을
일순간에 날려버리고
'그래, 내가 있을 곳은 바로 여기야! 내 가족에게 맛있는것을 선사하고 그들의 행복함을 만끽할수 있는 주부의 자리에 만족하리라
내 온힘을 다해 가족들을 섬기리라...'
하면서 주부로서의 삶을 즐겁게 유지할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업주부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주부들의 일상은 참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힘겨운 일이다
매일매일을 반복하기때문에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듯 해도,
하루라도 소홀하면 아주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리는 그런 일이다
매일 반복하면 익숙해지련만, 주부는 그 일상성에 질려버릴때가 많다
이럴때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이 그 힘겨움을 알아주는 단 한마디의
위로가, 칭찬이 주부로서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학교때 공부를 곧잘 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집안에서도 착한 딸로, 학교에선 모범생으로
언제나 칭찬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칭찬에 후하신 분이셨다
그 어머니는 당신 딸이 전업주부로 살기보다는 커리어 워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엌 근처엔 오지도 못하게 막으셨다
그저 공부만 잘해주면 칭찬을 후하게 받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친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친구의 남편은 부인의 사회활동을 반대하던 사람이어서
그 친구는 밥한번 지어보지 않은 실력으로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의 남편은 아주 엄한 집안에서 자라 칭찬에 무척 인색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 능한 사람이었다
요리 학원을 다니며 남편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식사때마다 '음...이찌개엔 마늘이 좀 많이 들어갔군...'
지적받은것을 고쳐서 다음번엔 칭찬받을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식사를 준비해내면 '이나물은 좀 짜군...소금이 몸에 좋지 않은건
잘 알지?'
그 친구는 결혼이후 끊임없이 '칭찬'을 위해 살았지만
결국 칭찬은 커녕 늘 지적만 받으며 살다가
진정 살아가는 의욕을 잃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학으로 인한 우울증이 와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늘 같이 사는 사람끼리 무슨 칭찬? 할테지만
남편들이여, 우리 주부들도 우리의 노력에 대한 댓가를 인정받고
싶다는것을 알아주시요
당신의 한마디가 주부를 살리고 당신의 불평한마디가 주부로서의
회의를 느끼게 하고 주부들로 하여금 살림에 회의를 느끼게 한다오...

주부들이 살림에 재미를 못느끼는 것은 단지 한 가정의 문제에
그치는것이 아니고, 전 사회를 흔들어 놓을지 모른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