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은 어딜 가나 궁금한 건 못참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부모를 곤경에 빠뜨리지만,아이들이 눈치가 없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그렇다구 외출을 안 할 수도 없구요. 한 몇년 그런일이 많다 보니까 인제 만성이 되었지만,때로는 아이들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다니까요. 말조심,행동조심 해야 할 때가 많아요. 부모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거울이니까요. 여기에선 그 동안 있었던 일 중 베스트만 몇 건 올릴까 해요.
경석이가 6살되던 무렵,그 땐 경석이가 그렇게도 악세사리를 좋아하더라구요. 제 목걸이 귀걸이 핀 같은 걸 지 머리에 꽂아 보겠다구 그러는 걸 보면 얼마나 웃긴지요.하지만 아무리 남녀 평등사상에 입각해서 키운다고 해도 어쩐지 남자애가 그러는 건 제 적성이 아니었어요. 경석이가 제 악세사리통을 뒤지면 전 그?O죠."야,,이경석 고추 떨진다,,인제~" 그런데요,그게 결정적인 실수였죠.
어느 날 쇼핑하러 가선 에레베이터를 탔죠. 꼭대기 층을 누르고(평소,끝까지 올라갔다 와야 직성이 풀림)옆에 서있던 청년을 유심히 바라보던 경석이가 큰소리로 제게 말했어요.(원래,목소리가 큼-유전적인 영향) "엄마,저 아저씨 고추 떨어졌다. 어떻게 해?" "엉?" 너무 놀라서 전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몰랐죠.옆에 있던 청년은 무슨 록가수처럼 멋을 철철 내고 있었는데,당연히 귀걸이 목걸이 팔찌 거기다 휘날리는 머리카락까지..놀란 눈으로 경석이를 쳐다 보는 거 있죠.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그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 때 미처 제가 뭐라고 그러기도 전 우리 세라가 지 오빨 한심한 둣 쳐다보더니 그러더군요. "오빠야. 아저씨 아니야.언니야 언니!" 아이구,갈 수록 태산이라더니만. "조용히 해." 미안하다고 하구선 중간에서 그냥 내릴까 하는 데 그 청년이 먼저 내리면서 아이들에게 한 마디 하더군요. "야,언니가 아니구,오빠야.이런 거 해두 고춘 안 떨어진다아"라구요. 문이 닫히자 옆에 있던 사람들은 웃느라고 난리가 났죠. 전 쇼핑이구 뭐구 다시 청년을 마주칠까봐 불이나케 집으로 돌아와 버렸죠.뭐.
저녁에 세라는 퇴근해 온 아빨 붙잡아 앉혀놓고 싫다는 머리띠를 꽂아 주려고 애를 썼죠. 아빠를 달래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였어요. "아빠,이거 해도 고추 안 떨어져.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경석이요? 안심 빵하고 제 악세사리통을 죄 뒤져서 갖고 놀았죠. 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