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바! 뚜바! 뚜뚜바!, 짠쩌넌!"
"뚜바! 뚜바! 뚜뚜바!, 짠쩌넌!"
얼마전 부터 가끔씩 들리는 소리.
차를 끌고 다니는 장삿꾼이 내는 소리겠지 싶어서
그냥 지나쳐 들었는데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들리는 이소리가
나의 궁금증을 유발 시킨다.
아주 멀리서 들리기 시작한 소리가
점점 가까와 지는가 싶으면 또 멀어져서
나의 곶추세운 귀를 무색케 하더니
오늘아침은 내 가까이 오고 있다.
"뚜바! 뚜바! 뚜뚜바! 삼천원!"
아!, 삼천원 이었다.
겨우 삼천원만을 내게 가르쳐준 그소리는
또 돌아서서 가고 있다.
뚜바 거리면서 점점 더 멀리.
내귀가 더 밝지 못함이 아쉬워서
다음번엔 꼭 알아 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다지면서
별것 아닌일에 마음쓰는 내가 나도 우스워서
누구라도 보는듯 싶어 얼른 안으로 들려는데,
"어서 오세요~ 아주머니, 아!, 저기가는 아저씨 이리오세요."
언제 왔는지 마른 오징어를 실은 트럭 한대가
가게앞에 자리를 하며 혼자서 쉬지 않고 떠들어 댄다.
"몸에 좋은 오징어, 홀몬이 철철 넘치는 울릉도 마른 오징어,
쌉니다, 싸요! 와서 한번 맛 보시라니까요. 기가 찹니다.
한마리도 파냐구요? 그럼유, 팔지유~
네, 네, 감사 합니다.안녕히 가세요.!
어서오세요, 아주머니, 아! 저기가는 아저씨, 이리 오세요...."
테잎으로 틀어 놓은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은
연신 같은 소릴 반복 해 대며,
있지도 않은 아주머니를 부르고
가고 있지도 않는 아저씨를 불러 대고 있다.
문에 기대서서 내다보니
오징어 뭉테기를 털썩 깔고 앉아 있는 아저씨,
눈웃음을 보내며 오징어다리를 쭉~ 찢어들고 나를 부른다.
"도리도리" 답을 보내지만 막무가내.
가게 앞에 차세우고 떠드는게 미안한게다.
한참이나 세운차에 누구하나 관심도 없는데,
무관심에도 익숙한 아저씨, 뒤에서 내리더니
운전석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꾸우벅한다.
반사적으로 눈은 그냥 있으면서 내목이 끄덕한다.
탁자에 널려있는 신문을 정리하고,
바퀴달린 의자를 끌며 돋보기를 찾는데
낯익은 아줌마가 들어오며 상냥한 웃음을 짓는다.
"감자 사셔야지, 맛있는건데 한박스 내릴까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부부가 감자와 양파를
차로 끌고 다니며 파는데
어느새 단골이 되어 좋은걸 갖고 왔다고 사란다.
양파 작은자루 하나와
감자 한 상자를 내려주고 가는 부부가
정있어 보여 문앞에서 인사를 하는데,
차가 움직이자마자 들리는 소리.
"양파 있어요~! 감자 있어요~ 양파 한자루에 이천원 오천원,
감자 한박스에 만원~~~~ 양파 있어요~ 감자......."
만 삼천원 받아가더니 만원이라네!
내게 맛있는걸 골라준 아줌마의 마음이 고맙다.
월드컵 열기가 잠깐 식혀진 거리가 한산하다.
이층의 주인집 여자가 감자를 살건데 놓쳤다며
이따가 지나가면 알려 주던지 사놓으란다.
"뚜바~! 뚜바! 뚜뚜바! 삼천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스프링처럼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듯한 소리에,
구멍으로 도망친 쥐를
구멍 앞에 지켜앉아 기다리는 고양이의 마음으로
묘한 쾌감까지 잠시 즐기고 있다.
"뚜바~! 뚜바! 뚜뚜바! 삼천원!"
"뚜바~!,뚜바, 꿀수박! 삼천원!"
.
.
"수박~!, 수박! , 꿀수박, 삼천원!"
트럭에 잔뜩 얹혀 지나가는 수박통들이
햇살을 받아 유난스레 번들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