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 한강... 끝도 없는 뚝아래 은빛모래 이불처럼 펼져지면 그곳은 곧 우리 안방. 한여름 무더위 그 넓은 한강그루터기 돗자리 팔베고 누우면 검은하늘 우수수 얼굴가득 별은 쏟아지고 한여름 기나긴 장마 허술한 뚝방 판자촌은 뚝방 둑위로 넘쳐나는 강물 집들은 물위로 종이마냥 떠다녔다. 뚝방 한강... 끝도 없는 뚝아래 콧물 질질, 손등은 언제나 검댕이 늘 터있어. 꽁꽁 얼어붙은 한강 그루터기 나무판자, 굵은 철살 주워 뚝딱! 썰매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60초 전구다마 동그란 구슬들 비춰보면 눈앞은 어느새 달나라 우주쇼! 달고나 옹기종기 별하나 온전히 뜯어내면 덤하나 뽁기 한개! 아침이면 하아얀 소독차 연기 어느새 우리들은 우루루~ 구름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네. 콩나물 고무다라 한가득 엿장수 가위소리 부엌뒤쳐 냄비뚜껑, 검은 고무신한짝, 고철주워 모아 강랭이 한바구니! . . . 코묻은 유년시절은 그렇게도 가난 했었다. 뚝방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미 지금은 그곳엔 지하철이 들어섰고 여름이면 물난리, 그리고 붉은 철쭉을 연상시켰던 불난리... 그러면 우리네들은 곧 이읏 학교에 피신. 건빵과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체우고 차가운 바닥에 담요 몇개 깔아 몇날을 지새야 했었다. 일년이면 연례행사처럼 치르곤 했었던 재난들... 욕심이 없어 내땅이면서도 제대로 권리마저 행사 하지 못하고 몸만 달랑 빠져 나왔던 내 어린시절. 그곳은 분명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다. 밀가루로 몇일을 대신해 어지럼증으로 공동 화장실 겨우 다녔던 기억... 연탄가스로 눈이 허옇던 오빠는 할머니의 동치미 한사발로 겨우 살아났었던 기억... 키작은 엄마 물동이 양어께에 걸고 물길어 나르던 생각... 엄마와 아버지 새벽 안개를 거두우며 일터로 나가시면 난 어린 두동생을 데리고 하루를 시작했어야 했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면 4살배기 남동생을 업고, 그위 여동생 손을 잡고 언덕위에 올라가 엄마를 기다렸어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꼭 고아원이 그려지니... 아련한 추억일뿐이다. 지금은 건제히 4남매 제자리에서 잘도 살고 있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으로 열심히들 살고 있으니...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요. 단지 불편함이라 했던가..." 어려웠었기에 더 열심히 모두들 근검절약을 배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약한자를 한번 더 되돌아봐지게 되는 안타까움도 배웠을터이고... 가난이 주고간 선물들일께다. 지금은 라면 라면 수도 없이 많은 라면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내 어렸을적 라면... 맨처음 나왔던 것이 투명 비닐에 5개짜리 덕영라면... 라면 한박스 사놓면 그 달은 정말 부자다. 끓려 먹기이전에 생으로 다 먹어치웠으닌깐... 야자탕 속에 별사탕 골라 먹던 재미, 뽀빠이, 눈깔사탕, 흰구름같았던 솜사탕등등... 깡통속에 불씨넣어 돌리고, 짚뿌라기 불붙여 놀다가 머리 다 태워먹어 엄마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뚝방의 사계절은 우리들에겐 온통 놀이공간 천지였었다. 유년시절은 그렇게 아련한 추억만으로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