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창을 열면 가을이 성큼성큼 와있지.
작은 부엌창이 두장의 엽서라고 생각 해.
가을엽서 두장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있는 내 모습 보이니?
오늘 엽서엔 이런 글자가 써있었어.
보고싶은 친구라고... 항상 날 보고싶어 하는 내가 되고
싶거든. 하지만 실제로 난 친구가 별로 없거든.
외롭지만 익숙해져서 괜찮아.
나만의 친구가 많으니까.
자연, 책, 음악, 베란다의 작은 꽃들, 하늘, 바다, 작은 공책,
꿈, 공상, 부엌창,가을...모든것이 다 친구니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욕심낼것도 없고,
구속할것도 없구, 편하고, 다 내 맘이니까 실증도 안나
부엌창의 풍경처럼 두장의 엽서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한장은 여고시절 친구에게 보내고 싶고
한장은 그리운 사람께로 보내고 싶어.
정아!
혼자서 아리들 키우느라 힘들지?
그래도 너의 용기가 부럽고, 너의 맑은 표정이 대견해.
여고시절 깔끔하고 애교스럽던 정.
교정에 있던 한그루 감나무 기억나니?
나뭇잎이 다 떨어져도 자홍빛으로 당차게 익어가던 감.
너에게도 그런 자신감과 끈기가 이 계절이 다가도
그대로 남아있길 바랄께.
그리운 사람 바다.
저처럼 우리의 젊은날들을 잊지 않았나요.
매일같이 편지로 썼던 아름다운 날들을...
그대가 내곁에 있어 줄 땐 몰랐는데
그대를 보낸뒤 알았어요. 소중한 사람이였음을...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땅을 밟고 있겠지요.
추억이 닮은 사람 바다에게..
하얀 창틀을 가진 부엌창.
높다란 창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가을이 흔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내 마음도 그리움으로 주체할 수가 없구나.
이제 그만 닫아야겠다. 저물어 가는 가을이 더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