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이었던 어제...
이른 아침을 들고는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아이들방을 스스로 정리정돈 하라 이르고는 팔걷어 부치고 부지런히 쓸고 닦는다.
아이들의 정리결과로 나온 쓰레기더미가 만만치 않다.
점심나절엔 투표를 하러 가야지 ...
오후엔 후배들 몇이서 놀러 온다고 하였으니 점심이라도 대접하려면 서둘러야 하겠는 걸 ...
연거푸 시계를 들여다 보며 모처럼의 휴일도 느긋하지만은 않다.
휴일날에 누군가 내 집에 방문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어수선한 집안의 내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데에 대한 부담스러움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날 보러 와준다는 데 대한 고마움이 더 크고,
내가 누군가에게 스스럼없는 마음으로 대하고 싶은 언니일 수 있다는 것은
내 주위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 될수도 있으니
흔쾌히 그리하라고 한다.
안그래도 투표하러 가려 하는 아내를 투표장까지 태워다 준다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들른 남편은 목소리 높여 누구누구를 찍으라고 외친다.
그러려니 무덤덤하게 받아 넘기면서 난 내 소신껏 한표를 행사한다.
솔직히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심갖고 두루 살펴보아야 할 꺼란 생각이다.
국민 개개인의 참여의식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멀지도 않은 거리를 기꺼이 태워다 주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바쁘게 가버린
남편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정의감이 감돈다.
투표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은 간단하게 김밥을 싸서 먹을 요량으로 재료들을 고른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 피워가며 깨소금 맛나는 대화로 오후 나절을 엮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시간은 잘도 간다.
집안 여기 저기를 둘러보는 재미도 솔솔한지 후배들의 눈에는
흥미로움과 재미가 솔솔 베어난다.
직장에서 만나는 시간엔 다들 의례적인 대화를 하기 일쑤이고,
조금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서 만나곤 했는데
반바지 차림으로 편안하게 마주 앉으니 그 느낌이 색다르다.
푸짐하게 한상 차려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런 격식조차 서로를 부담스럽게 할까 염려되어
아주 간단한 점심과 차, 그리고 과일을 들면서 ...
살림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등등 소소한 여자들만의 사는 맛을
그렇게 우린 나눌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다.
즉석에서 김밥을 싸면서, 썰어서 먹으라고 예쁜 접시에 담아 건네기도 하고,
아주 간단한 음식이지만 난 마치 요리사가 된 기분으로
잠시 그녀들과 꾸밈없는 웃음을 웃어 볼수가 있다.
매일 매일 사무실에서 마주 하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언니인 내가 뭔가 좀더 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했는데
잊지 않고서 그렇게 찾아주니 고맙다.
사람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아무렇게나 걸치고 찾아갈 이가 있다는 것
그렇게 맞아줄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것
역시 누구나 갖고 있는 비슷한 생각일 것 같다.
단절된 대화의 벽을 허물며 거리감을 점차 좁혀가다 보면
좀더 진실된 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국민으로서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고,
좋은사람들과의 다정한 시간으로 저무는 오후의 시간으로
모처럼의 휴일을 채웠다.
다음주에는 그녀들의 집에 놀러오라는 말을 남기고는
총총 손 흔들며 내일이면 다시 만날 사람들이지만
오늘은 또 오늘만의 이별을 한다.
오늘 아침 상큼한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웃음이
어제보다 훨씬 많이 정겨웁다.
같은일이라도 조금은 더 살가운 이들과 함께 한다면
능률이 배로 오르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잘 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좀더 많은 칭찬을 할줄 안다면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밝아지는 것은
아닌가 자못 거창한 생각이 든다.
밝은 기분으로 시작된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좋은점만을 이야기하는 하루로 채워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