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좀,
오래전에 말수가 지독히 적은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말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늘,
자신이 없었고, 어려서부터 '다리밑에서 주워온 아이'란 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자랄 만큼 형제들과는 전혀다른 이미지를 갖고 살았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왕방울만한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엄마를 닮았고, 그녀의 여동생은 깡마르고 까무잡잡한것이 아빠를 닮았으며, 그녀의 남동생도 엄마를 쏙 빼다 박았지만,,,
유독 그녀만은 이도 저도 아닌,,,식구들과는 전혀다른 색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자신이 함께사는 가족들과는 동떨어진 먼 우주 어느곳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닐까? 라고 가끔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더랬습니다.
그녀는
남들이 다 잠들고, 달빛 별빛이 어슴프레 창을 두들기며 벗이 되어주는 늦은 밤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꼬깃 꼬깃 많은 이야기들을 노트에 그렸습니다.
노트에 빼곡히 적고 또 적었지만
그 애기들은 늘 자물쇠달린 그녀만의 비밀상자속에 잠들어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글짓기 숙제가 있는 날,
그녀는 거짓 애기들, 가식이 ??인 허접한 글들만을 제출하였을뿐, 진짜의 자기 애기는 누구한테도 할 줄을 몰랐더랬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녀는 늘 혼자였습니다.
왜냐면,,
먼저 손내밀거나, 먼저 말을 붙이거나, 손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에게 상냥하게 웃을줄 몰랐던 때문입니다.
중학생이 되었을즈음..
그녀에게 두번씩 세번씩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키가 그녀와 한뼘정도나 차이가 날만큼 훤칠하니 컸고,깡말랐던 그 친구는 그녀와 집이 같은 방향이었고, 늘 무거운 그녀의 책가방을 함께 들어다 주었더랬습니다.
공부벌레마냥 공부에 열중하는 그녀를 위해서
해지는 운동장 구석에서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기다려주던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그친구로해서,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저 먼 목성에서 떨어진 별똥별처럼 희긔하게 생긴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녀의 키 큰 친구는 늘 그녀에게 '웃음이 이쁜 여자'라고 볼을 찔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그친구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낱낱이 알게 해 주었습니다.
나이 서른다섯이 된 그녀는 벚꽃피는 봄날 저녁,,
건너온 강나루를 쳐다보듯,,
그녀의 크고 깡마른 그 친구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이즈음 들어 자꾸만 자꾸만 사는일에 주눅이 드는 듯,,
삐거덕 거리며 삶이 힘들어지는 듯..
그녀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며, 그녀의 웃는얼굴이 이쁘다고 토닥거려주던,,
그 친구가 눈물이 날만큼 보고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