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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3

지구에서 내리고 싶던날...


BY allbaro 2001-04-27

사실 어제가 어떤 사람의 생일이었습니다.

익숙해져 있는 손가락은 자꾸 전화번호를
찾아가려 하더군요.

전화번호가 절대로 기억나지 않도록
그래서 실수로라도 그런짓을 내 손가락이
하지 못하도록 하구 싶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을 찾아가서 맥주한잔만
하자구 졸랐습니다.
오늘이 맥주마시기에 일년중 가장 좋은 때라구
말두 안되는 생떼를 쓰구요.

선선히 속아 주시는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술잔속으로 녹아듭니다.

어젠 보통때보다 많이 마시지두 않았는데,
금방 취기가 목을 넘고 입을 넘고 코를 넘어서
마침내 정수리에 다다랐습니다.

선배님을 배웅해 드리고,
거리의 버스식당에 굴러 들어 갔습니다.
뜨거운 우동에 고추가루를 많이 넣어서
마셨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지, 버스안에도 손님은
저 혼자 더군요. 주인 한명, 저하나,
우동 한그릇, 단무지 한덩이...

창밖의 검은 거리엔 차도 가끔씩만 지나갑니다.
아니 지금 우동이 놓여있는 이 식당차가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요?

참 이버스가 꼭 은하철도 999 같군요.
당신이 없는 이 공간을 무조건 떠다니는
우주의 식당차...

나 사실 오늘 당신의 생일에
이 지구에 별루 머무르고 싶지않네요.

많이 어지럽구 가슴이 내몸에 참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느낌입니다.

3개인가 4개인가 조그만 철제 계단과
머리위에 작은 전등이 달려 있는 식당차의
문밖에서 잠시동안 서 있었습니다.

방향이 잘 짐작되지 않아서 그저 걸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며 조금 한기를
느끼게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던 당신의
생일축하합니다...

조그맣게 아주 조그맣게만 부른 노래여서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실은 저두 입을 움직일때마다 입김이 조금씩
나오는 것만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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