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옷을 입을까나...
아침마다 옷장앞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간다.
출렁이는 배, 탄력없이 매달린 옆구리의 군살들...
반갑지 않은 그것들을 잘 다스려야 하기에
오늘도 난 있는 힘껏 온몸에 힘을 주어 스트레칭을 해본다.
구름사이로 햇살이 살그머니 감추어진 아침
언벨러스한 아랫단이 조금은 야하고 다소 드레시한 느낌의 검은색 인어치마와
검은색 나시,
그리고 구멍이 송송 뚫린 망사 쟈켓과 검은 샌들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온통 까맣다.
오늘따라 유난히 피부가 하얀듯 보이는 거울속의 나를 들여다 본다.
그곳에 나만이 아는 비밀 하나 감추어 둔 채
마법의 문을 열듯 하루의 문턱에 살그머니 날 내려 놓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난 지금의 나에서 몇 킬로그램을 덜어내버린 나를
상상해 보는 자유로움을
언제부터인가 슬슬 즐기고 있다.
어쩌다 체중계에 한번이라도 올라 갈라치면 나의 절대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많은 딸아이에게 들킬세라 잰걸음으로 내려와 버리는 내가
멋을 낸다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폼을 잡으며 거울 앞에서 워킹을 하고, 조금은 푼수같이 아이들 앞에서
엄마의 어줍잖은 패션쇼를 그래도 가끔은 보여 주며,
요즘 들어 소시적에는 나도...
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여자로 살아가는 일생동안 아마도 나의 그런 욕구는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그칠줄 모를테지...
그다지 이쁘지도 않은 여자가 이쁜척하며 그래도 애써 거울을 본다.
하루에 한번쯤은 거울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미소짓는 연습을 한다면
비록 착각일지언정 잠깐동안의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비집고 들어오는 소위 말하는 나이살까지도
기꺼이 잘 다스릴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하여 옷 한벌을 고르고,
그속에서 어설프게나마 다시 태어나는 나를 만난다.
그것은 내가 여자여서 누리는 크나큰 기쁨이며, 내가 누리는 유일한 사치이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해 가는 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날마다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좀더 다른 하루를 연출해낼 수 있을까
늘 나의 생각주머니속에 그런 생각들을 넣고 다닌다.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는 마음씨가 예쁜여자가 더 마음을 사로잡듯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여자보다는 자신만의 멋스러움을 아는 여자가
나를 뒤돌아 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유독 맵시가 있는 여자가 나는 참 남달라 보여서 좋다.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이에게서도 어떤 여운이 느껴질 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하며 발걸음 멈추어보던 기억속의 나를
이 아침엔 슬며시 꺼내어 본다.
마음에 드는 차림으로 길을 걸을 때면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이 붙고,
어떻게라도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려고 애쓴다.
여자라서 행복할 때는
아직도 아름답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남아 있어,
거울 앞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닌가 싶다.
오밀조밀한 사랑을 내가 아는 이들에게 내 방식으로 나누어 줄수 있어서 그렇고,
이쁜것만 보면 그낭 지나치지 못하는 섬세함이 내 안에 있을 때 그렇지 않을까?
늘 쓰는 스푼 하나, 젓가락 하나에까지도 나의 고운 손길 담아내어
반들거리는 윤기 찾아줄 아는
자그마하지만 큰 일 해내는 여자의 손길 아직 내게 있음 알게 될 때
그럴 때 난 여자라서 행복하다.
어느 늦은 밤에 미처 하지 못하고 미루어둔 욕실청소를 산뜻하게 마치고 돌아서는
내 옷깃에 남겨진 그린향의 잔향까지도
여자라서 느끼는 행복은 아닐런지 ...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처음으로 그 조그마한 입으로 무엇인가를 먹는 앙증맞은 입술의 움직임을 보던
기억속에 남겨진 시간...
그 속으로 넣어주고 싶은 사랑이 내 안에서 넘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시간...
그런 시간 한 가운데에도
여자라서 행복한 내가 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나를 위하여 틀어준 FM의 클래식방송을 함께 듣는 아침
그 사랑스런 배려에 행복해 질수 있는 것도
내가 여자라서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