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향이 아직 신선하게 묻어나는 시간. 조금은 맑아진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계획하고 그리고 오늘도 이 아지트에 들렸습니다. 아침부터 뭐가 불만인지 뾰료똥해진 남편과 하루도 날 내버려두지 않고 시시때때 연락해서 나에게 빈 공백조차 남겨주지 않는 시집식구들과 나의 일과 그리고 나 이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제 그다지 고민스럽지도 힘에 딸리도록 걱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뎌지고 물러터진 내 자신이 문득 가여워집니다.
오늘은 친구에게 그냥 펜으로 쓰면 몇장이 되고도 남을만치의 글로 내 속내를 풀어 쓸려고 합니다. 아직 시작하기에도 충분한 나이 그래서 더욱 배짱인건지. 어제 저녁도 남편과 떨어져서 혼자 조깅하고 음악들으면서 공원을 밤 늦도록 산책했습니다. 공허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아 자유로울 수 있어서 얼마나 가뿐하고 홀가분하던지. 요즘은 혼자이고 싶어 자꾸 핑게를 댑니다. 바람이라도 난 건지. 이제 이런 나만의 훈련이 끝나면 책도 읽을 수 있겠죠. 머리속이 터질듯이 괴로웠던 순간들이 이제 잊혀지겠죠. 영혼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고통은 내 온몸으로 퍼져 나가고 지탱할 수 없을 만치 이미 난 망가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한지 이제 내가 당한 고통만큼 난 성숙해졌고 아니 나만의 더욱 단단한 성을 쌓게 되었고 나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어야 함을 철저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기적인 때로는 경우없는 사람들로부터 장미처럼 도도하게 ....
이런 억울함과 분노도 이제 몸안 어디에도 남겨두지 않을 겁니다. 날 배신하고 맘대로 행동하고 날 지배하려 했던 '시'자 붙은 사람들과의 전쟁은 이제 종지부를 찍을 생각입니다.
남편과 한 집에서 같은 공간속에 같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내내 맘에 걸렸습니다. 치욕처럼 말입니다. 다 벗어버리고 훌쩍 떠나고픈 간절함. 나 내가 받은 만큼 내가 돌려주지 않아도 살아가는 동안 그들에게 다 돌아 가리라 믿고 살아갈 겁니다. 그렇지 않음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니까요.
내 자신에게 시간을 쏟고 내 자신에게 옷을 입히고 음식을 사주고 많은 노력을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