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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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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똥꼬를 원없이 보고 살았네. 쩝~(1편)


BY 칵테일 2000-08-21

남편이 싱가폴 출장을 가기 전부터 가끔 혈변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도 그냥 변비가 생겨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출장을 다녀온 후에도 남편은 계속 혈변을 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겁이났던지 남편은 몇 군데를 물색해, 꽤 유명한 대장항문 전문의가 개업했다는 압구정동의 병원을 찾아 갔나부다.

직장내부가 약간 찢어져서 계속적인 출혈이 있는 것이고, 약으로는 임시방편일 뿐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

하지만 지난 수요일, 잡지사와의 인터뷰가 있었던 남편은 수술을 며칠 미룰 요량으로 있었다고.....

그러나 그 수요일. 오전에 인터뷰를 마치고 난후, 다시금 새빨간 선혈이 뚝뚝 떨어지자 바로 병원으로 직행.
암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마누라인 나에게는 말도 없이 바로 수술까지 한 모양이었다.

어쩐지, 인터뷰 잘 마쳤다고 전화할 때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는게, 좀 수상쩍었다.
내가 뭐 안좋은 일 있었어? 하고 계속 캐물어도 그냥 아니야.... 하며 말끝을 흐리던 남편이었다.

그리고 세시쯤 되었을까? 남편에게서 다시금 전화가 왔다.

남편 :(다 죽어가는 목소리)나야..... (훌쩍) 나.... 수술했어. 수술마치고 널브러져서 지금 병실에 실려와 있어. 근데, 슬리퍼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 거 개인이 준비하는 거래. 당신.... 지금 빨랑 와라..(점점 목소리가 더 죽어가며) 올거지??

나 : 어디야? 지금 농담하는 거지? (실실 웃으면서) 수술해도 토요일에나 한다며??? 아까까지도 아뭇 소리 없더니 뜬금없이 뭔 수술이얏? 장난하지 말구!!

남편 : (갑자기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어... 아니야!!!! 나 진짜루 수술했단 말야. 흑....똥꼬쨌어... 나 지금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단 말이야.

나 : (그래도 미심쩍은 듯) 정말이야?? 거기 어디있는 병원인데??? 몇호실이야??? 어디냐니깐??

남편 : 몰라... 나 지금 말 길게 못하겠어. 기운이 없어. 병원에 전화해서 위치랑 병실호실 물어봐. 난 지금 꼼짝도 못해. 간호원이 핸드폰 쥐어주고 나가서 겨우 하는 거야....흑..

엄살장이 우리 남편. 그러나 웬지 엄살만은 아닌 듯.
나는 부랴부랴 병원 전화번호 불러받아서 병원에 전화했다. 남편이 수술한 게 사실이었고, 방금 수술 끝나 1인실 병실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대강 보호자가 준비해야 할 준비물 받아적고 병실에 가져갈 짐을 꾸렸다.

마침 아이는 씽크빅을 가야 할 시간이어서, 용인 친척댁에 놀러가신 시부모님 급히 오시라 전화드리고 난 부산을 떨었다.

그야말로 쑤셔넣다시피 짐을 꾸려, 긴 머리는 산발을 한 채 차를 끌고 압구정동으로 날아갔다.



-- 2편에 계속 --

(내용이 장황해서 2편으로 나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