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유월의 첫날,,, 눈부신 오월이 갔다고 그 이쁘던 햇살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의 하늘은 환한 비둘기색이다
그래도 옆동의 베란다에 널린 빨래들은 하얗게 눈부시다
대학시절 그리고 미혼시절에 낯선 도시, 주택들이 모여있는 조용한 동네에서 자취를 했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오고 가면서 다닥 다닥 붙어있는 집들을 보며,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랬던 것 같다
토요일이면 아침마다 빨래를 한다
어설픈 손길이지만 꼼꼼하게 깨끗하게 치대고 헹궈서 옥상에 이리저리 쳐진 줄에다 가지런히 널어놓고.....
아,,, 그러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김장을 마친 주부의 마음
ㅋㅋ
그리고나서 열 한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이불을 안고 혹은 뒤집어 쓰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간다
오전 11시부터 오후2시까진 햇빛속에 살균력이 가장 강한 시간이란걸 어디선가 듣고는..... ㅎㅎㅎㅎ
이불을 있는 힘껏 탁탁 털어 줄에다 반듯하게 널면 햇빛이 와서 어루만지고 바람이 와선 노닐다 간다
다시 만끽하는 뿌듯함~~~~~~~~~~~~~~~
그리고나선 옥상에 서서 저 멀리까지 보이는 수 많은 집들을 바라본다
어떤 집에선 애 우는 소리도 들리고 어떤 집에선 서투른 피아노연주소리가 또 어떤집에선 아침부터 부부싸움하는 소리.....
그러나 어쨋든 햇볕이 눈부시게 빛나서 세상은 아름다웠다
남의 집 옥상에도 빨래들은 하얗게 펄럭였다
난 그 빨래들을 보면 왜 그런지 가슴이 울컥하는 감동을 느끼곤 했다
주인집 아줌마처럼 다들 고단하고 살뜰한 삶의 흔적들이 그 빨래들에서 느껴지곤 했다
몇번이고 입어서 새 옷 같지도, 멋있지도 않은 낡은 옷들이지만 누가 저리 알뜰 살뜰 깨끗이 빨아서 하얗게 널어두었을까 싶은게.....
널어놓은 빨래에서는 사람사는 냄새가 났다 멀리서 보기만해도....
그러면 햇볕은 또 바람은 그 삶의 고단함을 어루만지고 털어주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햇볕속에, 살랑대는 바람속에 서서는 집들이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곤 했었다
우리가 햇살 속에 살고 있음에 감사를 느끼면서...
지금도 볕 좋은 날만 되면 농속에 들은 이불을 죄 꺼내서는 햇빛속에다 널어주고 싶다
햇볕에 말린 이불 속에 누우면 나는 햇빛냄새........!!!!!!
그 냄새가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은 아파트에서 산다
것도 동향이라 이불이 마음껏 햇볕 맛을 볼수가 없다
그것이 늘 아쉽다
한번은 옥상에 줄을 쳐볼까하고 올라갔더니 문은 굳세게 잠겨있고 사고가 날까봐 못올라가게 한단다
아닌게 아니라 작년에 울 동 옥상에서 어떤 중국집 배달 총각이 변심한 애인 이름을 부르짖으며 뛰어내리려고 해서 소동 난리가 난적이 있었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빨래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가...)
햇볕냄새나는 이불이 그리울때면 나는 주택으로 이사가고만 싶어진다
이불을 마음껏 널어말릴수 있는 옥상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