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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8

연예인 식당...


BY 올리비아 2002-05-30

엊그제는..
아주 모처럼 즐거운 모임을 하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맘맞는 이들과의 만남은..

마치..땀을 흘리며 힘들게 
산을 오르다 만난 시원한 미풍처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듯..
그렇게 우린 쉽고도 어렵게 만났다.

모처럼 우리들은 5월의 한나절을 즐겁게 보내고
어느덧 지는해를 업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의 생활권이 아닌.. 그곳의 어느식당..

우리들은 지하 한식집으로 들어갔다.
약간은 허름한..

하지만 그 주변이 원래 그러한 곳이기에
지역특색이려니 하며 지하로 들어가는 한식집이
내심 썩 내키진 않았지만 시설보다는 음식이 우선이기에
뭔가 남다른 기대를 갖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우리들의 모임식구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 곳에서 주문이 시작되었다.
몇몇사람은 굴비정식을..몇몇사람은 보리쌈밥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주문받는 아줌마..

"보리밥이 안되는데..쌀밥으로 드릴까여?"
"음..구러세여~"

예전과 달리 보리밥이 별식이 된 요즘..
그 별식을 즐기려던 주문은 무색하게도
보리밥정식이 아닌 늘 집에서 허구헌날
먹는 쌀밥정식이 되버렸지만..
그다지 문제될건 없었다..

주문을 받던 아줌마..
"술은요?"
"술 안먹어요.."
"구럼 뭐 다른 안주감이라도??"

술을 안먹는다는데 안주를 묻는다..

"안 먹어여..밥먹으러 왔습니다.."

종업원 아줌마의 표정엔 오만불손함이 엿보였다.
이곳..참...우습군...종업원 교육 엉망이구만..
난 속으로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온 반찬..
이건 한정식이 아니라..
거의 동네서 먹는 평범한 백반수준에 가까웠다.
무공해 양념인지 재료인지 내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럼 내 입맛이 오염이 되버려서 맛을 잃은건지..
하여간 음식들이 참으로 황당했다..

가격이나 싼가?
쌈밥에도 된장찌개도 없다.

없는건지 안나온건지 그저 뻑뻑한 밥을
먹기가 너무 힘들어 된장찌개없냐고 아줌마한테 물으니

밥하고 함께 건네준 무우국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르키며..

"거기 국 있잖아여.."
"눼?? 흠...네.."

국대접에 5분의1도 안돼는 양에 무우 몇조각..
간신히 푹익은 무우가 몸져 누울양의 국물..

밥속도가 늦은 난 밥먹는게 더욱 더 늦어질수 밖에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난 아마 시장하고 밥을 먹지 않았나싶다..

그렇게 우린 애써 음식이야기를 멈추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마치고는 일어설 준비를 하는데..

"우리 후식 먹고가자.."
"음...후식이... 있을까??"

우린 냉랭한 기온이 멤도는 식당에서의 후식을
이미 기대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일행중 한명이 물었다.

"여기.. 후식 있나여?"
"없어여~~~~ -.-"

우린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이없는 웃음으로 아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며 문득 마주친 식당주인..
난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티브에서 식당을 차렸다며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특유의 여자목소리를 가진 남자탤런트였다.

난 너무 놀라 옆사람에게 물었다.

"여기 저 사람 식당이야?"
"웅 그렇다니깐~몰랐어?"

야....
어이없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곤 말했다.

"돈..마니.. 벌겠다.."

밥 주문한 사람에게
술과 안주를 물어보고..

먹고 싶으면.. 어련히 주문할까..
그렇게 친절한 식당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자리에 일어나
카운터쪽으로 나가자 그 유명탤련트가 계산을 치른다.

씁쓸하게 한쪽에서 그 사람을 쳐다보곤 돌아서자
문득 옆자리에 판매용으로 가지런히 놓인
그 사람이 만든 요리책들이 눈에 뜨였다.

그 책을 멀끔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진정..
요리사인가...장사꾼인가...

티브에선..분명 요리사로 보였는데..
티브밖에서 만나보니..

장사꾼이었더라...

배고픔보다 더한 씁쓸함을 갖고 나오면서

난 문득..
언젠가 그 흔한 셀프 커피 자판기마져 없는
모연예인의 소머리 국밥집을 묘하게 떠올렸다...

연예인은 그져.. 티브속에 있을뿐..

음식점을 하거나..장사를 한다면..
분명 그들은..무명의 장사꾼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들은
그네들의 연예인 간판에 절대로..절대로..

현혹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날저녁..다시한번 또 하게 되었다..

장사에도... 
아주 작은 장사에도

도라는게... 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