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엔 형한테 다녀 오겠다고
전화를 했던 작은 아들이 컴앞에 앉아 있는데
메신저에 뜬다.
"어디니?"
"양재동 겜방요."
"왜 거기 있니?
"형 퇴근시간까지요.키가 없잖아요."
"삼십분 남았네, 퇴근 하려면."
"네! 참, 기쁜 소식요."
"뭔데?"
"저 나올때 공항에서 보셨던 러시아 친구한테 멜 왔어요."
"그래? 뭐라던?"
"엄마 아빠께 "Hi!"라고 전하래요."
"그게 뭐 그리 기쁜데?"
"저 그애한테 느낌이 좋았어요."
"들어가세요. 답장쓰게."
".......... 응!"
아들에게 떠밀려 나와
의자 등받이 뒤로 손돌려 잡고 허리 펴면서,
고개 뒤로 젖히는데
천정에서 파란눈의 아가씨가 웃고 내려본다.
노란 머리에 하얀피부,
깊게 들어 있던 파란 눈동자.
씩씩한 걸음걸이로 한손을 들어 보이며
"Bye~!"하던 그 아가씨.
살이 좀 붙은 마네킹이 걸어 다니는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보였던 그여학생.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 오는 중이며
한국경유 비행기라서 다음날 러시아가는 비행기를 탈것이고
같은 비행기로 왔으며 짐 맡기는것을 도와 주었다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다른얘기 제쳐두고
아들이 자꾸 들먹이던 그애에게,
멜이 왔고, 또 느낌이 좋다?
남여간에 느낌이 좋으면.....?
그러다가 혹시 내가 러시아 며느리를.....?
이상스럽게도 아들가진 엄마는,
저만치 앞질러 서 있으면서
거실에서 돌아다니는 노랑머리를 그려내고는
빠른 도래질을 쳐대고 있다.
"엄마, 여태 컴 앞이세요?"
"응, 답장 보냈니?"
"뭐라 썼는데?"
"반갑다구요. 학교 알려 달래서 알려주구 친구 하자구요."
"그냥 친구 하는거?"
"그럼 다른거 뭔데요?"
"혹시 여자니까 친구가 애인되고 애인이...?
"러시아 며느리 얻게 될까봐요? 으휴~!내가 엄마 땜에..."
연년생인 아들들이 많이 커서
군대까지 모두 마치고 돌아 오고 나니까
갑자기 어미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날갯짓으로 보이고
옆에 있는 이성들이 모두 며느리 후보쯤으로 보이고 있으니
아들가진 엄마 맘이 다 이러는건지,
내가 유별스런 어미라서 그러는건지!
아직은 멀었는데도,
가을학기 복학하겠다는 작은 아들 앞에서
한참을 앞서가며 돌아보고 서 있는
이 아들 가진 엄마는,
아들이 옆에 없어도, 또 옆에 있어도,
자꾸 이상스럽게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