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도 프린터 했니? "
" 무슨...괜찬아. 내가 뭐 그정도로 바보인줄 알아? "
" 그래두, 넌 길눈이 어둡잔아 "
" 걱정마. 나 잘찾아갈수 있어. 그리구 행사측에서 상세하게 준비해놓을거구
표지판도 있을거야 "
" 에이구~ 난 모르겠다 "
그렇게 그런 대화를 나누고 준비를 마쳤는데
잠에서 깨어난 딸아이가 쪼르르 쫓아오더니 저도 함께 가고 싶다한다.
궂이 마다할 이유도 없어 딸아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꾸벅거리며 졸다보니 어느새 휴게소.
오줌 한방울 찔끔 거리고
호도과자에 오징어.
우물거리며 오다보니 벌써 서울 이란다.
지하철을 타긴 해야하는데...
표를 어디에서 끈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자동판매기가 눈에띄어 그곳으로 가니.
돈은 어디에 넣는건 알겠는데 표를 어떻게 뽑아야하는지...
두리번 거리자니 나처럼 또하나의 어리숙한 사람이 내게 묻는다.
" 저~어...표를 어떻게 뽑아요? 제가 부산에서 올라와서요. "
" 글쎄요, 전 대전에서 올라왔는데요 "
망서리고 있을라치니 딸아이가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숫자부터 누르고 돈을 넣는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딸아이 덕분으로 무사히 지하철까지는 올라탔고.
입두었다가 흉년에 밥 빌어먹을것도 아니고
하여 물어물어 버스까지는 그래도 잘타고 목적지인 꽃시장앞에서 하차는 하였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난 적어도 아줌마닷컴 행사장에서 도우미라도 와있을줄 알았는데...
웬걸?
도우미는 고사하고 표지판조차도 찾을수가 없다.
히유~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다.
어디로 어느방향으로 가야하는지...
한패의 사람들이 다음버스에서 와르르 토해진다.
어느 한 아줌마를 붙잡고
" 저~어 행사장 가세요? "
" 네 가는데요 "
" 어딘지 아세요? "
" 네 알아요. 왜요? 행사장 가시게요? "
" 아이구~ 잘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막했는데... 뒤만 따라가면 되지요? "
" 아~ 네. 걱정 마시고 제 뒤만 따라오세요 "
그래서 아무 의심없이 룰루라라 쫄랑거리며 뒤를 따라갔다.
가는도중,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이가는지...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어르신들과 아이들.
아줌마닷컴이 유명은 한가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족동반으로 모이는것을보니...
나름대로 흐믓한 미소를지으며 그 아낙을 노칠세라 부지런히 뒤를 쫓는데
한적한 숲길로 들어가는거다.
내게 길안내를 해주는 사람인데 그냥 암말않고 가는거보다
미리 친해지기도 할겸 나는 그 아낙에게 말을 붙였다.
" 저~어... 어느방으로 가세요? "
" 아~ 전 남면으로 갑니다 "
" 그런방도 있나요? 전 사이버작가방으로 가는데요 "
멀뚱한 표정으로 그 아낙은 나를 쳐다본다.
바보같은 나. 아니, 바보인 나.
" 저기요 그럼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 "
" 아이디요? 무슨 말씀이세요? 전 이북오도의 남면으로 간다니까요. "
( 이북오도? 그건 뭔소리? 그런방이 또 있나? 아컴이 크긴큰가부다 )
서로의 말귀를 못알아듣는거 같아 더는 대꾸를 않고
서로 그 아낙과 나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렇게 한참을 갔는데...
" 아니, 이게 누구여? *** 집 며느리 아녀? "
아까의 그아낙에게 웬 어르신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 이야~ 아컴 행사장에서 일가친척도 만나는구나 )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어르신이 나를 가르키며 누구냐는듯 눈으로 묻는다.
꾸~우벅 인사를 하고는
" 저는 사이버작가방에 코스모스라고 합니다 "
아주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니
옆에있던 딸아이도 구십도각도로 안녕하세요? 를 한다.
" 뭔방에 뭐라고? 김가여~ 이가여. 우린 이가 남면인디... "
그제서야 난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알수가 있었다.
" 저기요... 여기 아줌마닷컴 행사장 아닌가요? "
" 아줌마닷컴이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여긴 종친회하는데 인데요 "
" 조~옹친회요? "
너무도 어처구니도 없거니와 황당함에 인사도 못하고 돌아나오는데
웬 아저씨가 급히 뛰어오더니 나를 불러세운다.
" 여긴 이씨종친회지만 저쪽은 김씨인데... "
" 죄송합니다. 전 종친회에 온게 아닙니다 "
정중히 인사를 하고 뒤돌아오는데 그 아저씨 나를 또한번 붙잡더니
말씀하신다.
" 기왕지사 오셨으니 아무데서나 놀다가세요
여기 떡도 많고 고기도 있고 음식많아요 "
( 이런 넨장할.
내가 그리도 배?杵틤맛甄彭? 웬 떡과 고기? 엎어진김에 쉬어가라?)
속으로만 꽁시렁거리며 그장소를 벗어났지만...
참 황당한시간이엇다.
그냥 서방말을 들을걸...하는 후회도 있었고
공연히 왔다는 투덜거림도 있었지만...
여차여차 저차저차 해서는 버스에서 내린뒤 한시간만에 행사장을 찾아가
그날 하루 잘먹고 잘놀다 왔는데...
지금도 그 아저씨의 놀다가시라는 말이 내 입가에 미소를 짖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