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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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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선물


BY 이순나 2000-08-19

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지겹도록 미워지까지 하는 팔월이다.
기적처럼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체 하필이 오늘 비가 온담'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을
하기 전 빗줄기는 가느러 지고 있었다.
오늘은 남편과 결혼후 처음으로 가보는 '바다 야유회'
거창한 이름 아래 도시 출신 남편과 섬 출신 부인이 시외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 고동을 잡으러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안개같은 가녀린 빗속을 뚫고 한시간 만에 도착한 바닷가.
몇 몇 할머니들과 어린 꼬마들이 고동을 줍고 있었다.
난생 처음 고동을 잡아보는 남편은 돌 들을 뒤집어 보지만,
보이지 않는 고동을 포기했는지 이내 애?J은 담배만 피운다
섬 출신답게 애써 이리저리 돌을 뒤집으며 고동을 모으는 나.
내내 해찰을 부리며 집으로 가자며 보채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며 열심히 바구니를 채운다.
한 아저씨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은밀하게 캐내고 있다. 오분자기(전복 새끼). 남편도 고동 대신 오분자기를 잡겠다며 물속의 바위를 더듬거린다.
두 어시간 동안 노력끝에 반쯤 바구니를 채우고, 숨죽이며 나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
인고의 노력으로 겨우 겨우 캐낸 오분자기 하나.
뿌듯함과 설레임으로 남편의 표정이 흐뭇해진다.
'분명 몸 약한 나에게 먹여줄것이다'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님께 갖다 드린다는 말을 한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 한구석에 싸아하게 솟아나는
섭섭함과 허전함.
반면 남편의 얼굴에선 빛이 이는 싶었다.